딸 같은 부하 경찰관 성추행하는 50대, 왜?

신희은 기자 2015. 8.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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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취재여담]]

"되도록 조심하려고 하죠. 특히 40~50대 상사들 중에는 후배를 여자로 보고 자연스러운 척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무서워요."

요즘 여경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입니다. 순찰차 안에서 신입 여경을 성추행한 상사 등 최근 일련의 경찰관 성범죄는 여경들 사이에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신입 여경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본보기가 돼야 할 상관이 밀폐된 순찰차 안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피해 여경이 느꼈을 배신감은 오죽했을까요. 경찰관의 잇단 성범죄는 여경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어 매우 중대하게 다뤄져야 마땅합니다.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후 소청으로 감경 받은 경찰관 비율이 2012년 50%, 2013년 60%, 지난해 58.3%에 이른다는 경찰청 통계는 그간 성범죄를 대하는 경찰의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파면, 해임된 경찰관의 절반 가까이가 소청위원회를 통해 슬그머니 복직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관의 성범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강경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성희롱 행위도 '정직' 등 중징계 조치하고 성추행·성폭행은 파면과 해임을 원칙으로 하고 형사처벌도 병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본청과 지방청에 2인 이상의 여성 감찰요원을 배치하고 지난달 여경을 상대로 실시한 전수조사를 분석해 후속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경들은 성범죄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40~50대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교육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휘관들부터 각성하라"고 꼬집은 겁니다.

40~50대 경찰관들은 남성 중심적인 경찰 문화에 가장 익숙한 데다 지휘관으로 과·팀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후배 직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위를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게 여경들의 시각입니다.

실제 일선 여경들은 "40~50대 상관은 20~30대에 비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고 과거의 강압적인 군대문화, 계급문화에 젖어있어 여경을 여자로 보는 인식이 강한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의심되는 일을 겪어도 상관에게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적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회식 자리에서 여경이 술을 따르면 더 맛있고, 커피는 여경이 타야하고, 여경은 여자다운 맛이 있어야 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상사가 적잖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한 경찰 간부는 "50대 남성들이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가정에서 가장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외로운 와중에 가까이 있는 후배 직원이 잘 따르면 여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큰일 날 일"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경찰이 조직 구성원의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이전과 다른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칼을 빼들었으니 제대로 실천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특히 앞에서 정직, 파면, 해임하고 난 뒤 슬그머니 징계를 감해주는 잘못된 전례가 바로잡힐지 여부도 말입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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