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용한 여학생 골라 추행.. 班마다 3~4명 당해"

엄보운 기자 2015. 8.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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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 교사 담임반 학생 증언 남녀 합반일 때는 안 그러고 남학생 없는 分班 때 성추행 전학 오자마자 당한 아이 "원래 이런 학교냐" 묻기도 문제 불거지자 高3 학생들에 추행 否認 탄원서 써오라 해

"담임선생님은 조용한 성격이라 밖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 같은 친구들을 골라서 성추행했고, 그런 아이들이 한 반에 3~4명씩 십수 명은 됐어요."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난 이 학교 3학년 A양은 성추행 혐의로 직위 해제되기 전까지 자기 반 담임이었던 B씨의 지난 행적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말했다. B씨를 비롯해 이 학교 교사 5명은 최근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했다는 고발이 접수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A양은 이 학교 2·3학년 여러 반에서 수업했던 B씨는 한 반에 3~4명씩 '타깃'을 정해두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위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생님은 여자애들이 저항하지 못하는 순간을 포착해내 다가왔다"고 했다.

A양은 "남녀 공학이라서 남녀 합반으로 진행되는 보통 수업 시간엔 (선생님이 여학생들을) 건드리지 않았고 과목별로 반을 옮겨 다니는 '교과교실제'가 있는 날이면 선생님이 꼭 여자애들을 만졌다"고 했다. "남학생들이 나가고 난 뒤 여학생들이 짐을 챙기면서 교실에 남아 있을 때를 놓치지 않고 다가와 엉덩이와 겨드랑이 살을 만졌다. 살짝 터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물렀다"고 했다. A양의 같은 반 친구는 강제로 이마에 입맞춤을 당한 일도 있다고 A양은 말했다.

A양은 B씨가 2년 전에도 성추행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1학년일 때 한 여학생이 B 선생님을 성추행으로 학교에 신고했지만, 선생님은 별 탈 없이 학교를 계속 다녔고 그 친구만 쫓기듯 전학을 갔다"며 "다른 친구는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첫날 따로 불려나가 성추행을 당하고 돌아와 '원래 이런 학교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학생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성추행으로 유명했지만 학교에선 '서울대를 비롯해 명문대에 여러 명을 진학시키는 실력 있는 교사'로 꼽혔다고 한다. A양은 "3학년이 돼 대입 원서를 쓸 때가 되면 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밉보이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있었고 그래서 신고가 늦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고교는 각 학년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 30명씩을 뽑아 별도의 공부반도 운영했다고 한다. 이 공부반의 책임 교사가 B씨였다고 A양은 말했다. A양은 "공부반 운영의 전권이 B 선생님에게 있었다"면서 "이 공부반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을 핑계로 여러 차례 성추행이 발생했다"고 했다. 올해 들어 B씨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공부반 2학년 학생들이 고발하면서라고 한다. A양은 "지난 2월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B 선생님이 공부반 3학년 학생들에게 '2학년 아이들의 성추행 주장은 거짓'이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최대한 많이 써오라고도 했다"고 했다.

본지는 B씨의 반론을 들으려 전화와 문자 메시지, SNS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답장도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불안과 혼란을 호소하는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다음 주 특별 진학 상담과 진학 설명회 등을 열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을 위한 회복력 지원 상담 등은 이미 착수했다"며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감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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