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노동자 때문에 경제 어려운지 묻고 싶다"

글 임아영·사진 서성일 기자 2015. 8.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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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책 한국교회연대' 출범 주도 남재영 목사

▲ “70년대 NCCK는 인권 문제에 대응, 지금 할 일은 노동문제

노동자를 이윤 실현 도구화 하는 비정규직 줄어들게 노력

사회 고통 돌보는 게 교회, ‘자본의 종아리’ 교회가 때려야”

한국 교회가 노동문제, 특히 사회적 이슈인 비정규직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응답’에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달 말 교회의 비정규직 대책기구인 ‘비정규직 대책 한국교회연대’를 출범시킨다. NCCK는 지난 4월 실행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대책 한국교회연대’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이후 노동문제 전문가들과 실무 소위원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 기구는 회원 교단의 사회선교부를 비롯해 노동선교 기관들, 사회선교 단체, 한신대학 노동연구소 등의 학계, 평신도 단체 등으로 구성된다.

곧 출범할 ‘비정규직 대책 한국교회연대’(교회연대)의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재영 NCCK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59·대전 빈들교회 담임목사·사진)을 지난 4일 만났다.

남 목사는 “잘 알다시피 NCCK는 1970년대 교단 내에 인권선교위원회를 두고 인권문제에 적극 대응했다”며 “2015년 한국 사회의 이 시점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바로 인권문제”라고 밝혔다. “교회도 경비절감 등의 이유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교회는 일반 자본과는 달라야죠. 계약기간이 종료됐다고 문자로 해고하는 행태를 따라 해서는 안됩니다. 교회 안에서 이웃으로 함께하고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죠. 그렇지 않다면 지탄받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은 교인 가족 중에도 비정규직이 상당히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교회연대’는 우선 신학적인 근거 마련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노동권, 소유권, 경영권 등이 대상이죠. 교회에서 노동은 하나님의 거룩한 소명이고 이 소명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드러나야죠.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는 노동자를 그저 이윤 실현의 도구로 봄으로써 노동권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소유권과 관련, 남 목사는 “성서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소유권마저도 공동체의 존립,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 소유권의 근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적 관점에서 경영은 인간의 거룩한 소명인 노동과 경제의 근본이 되는 토지가 합쳐져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이 노동을 통제하고 관리해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국 경제가 산다고 호들갑이지만 정말 노동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냐고 묻고 싶어요. 재벌의 폐해를 보여주는 롯데 사태를 봐도 한국 경제는 재벌이라는 소수 집단의 포로가 되어 있어, 재벌개혁을 먼저 하고 노동개혁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남 목사는 “독일 등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자본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 자본의 종아리를 때릴 수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바로 교회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연대’는 앞으로 조계종 노동위원회 등 이웃 종단과도 연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기독교 학교나 병원·선교기관 등 교회 안의 비정규직을 먼저 줄여나갈 수 있도록 지역별로 비정규직 상담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전태일 열사가 타계한 11월 첫 주를 ‘비정규직을 위한 기도주간’으로 지정할 방침이기도 하다.

대전에서 노숙인 쉼터 ‘베델의 집’을 만드는 등 노숙인 사목을 오래하고 있는 남 목사는 “노숙인, 비정규직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성경은 말하죠. 이웃은 나의 또 다른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는 빚진 자의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먹고 입는 것 모두 누군가의 노동으로 이뤄지니까요. 더욱이 교회는 신앙적 책무가 있습니다. 새끼발가락이 아프면 모든 신경이 그 발가락으로 가는 것처럼, 교회는 우리 사회의 고통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교회가 건강해집니다.”

<글 임아영·사진 서성일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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