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교단의 성추행, 근절되지 못한 '진짜 이유'는

윤정식 2015. 8. 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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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은 우리 교육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진행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건을 취재해온 윤정식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것이 작년 2월입니다. 그때 이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닌가. 그 이후에 계속 이어졌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오늘(5일) 제가 이 첫 번째 피해자를 다시 만나 얘기를 들은 바로는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첫 번째 성추행 사건은 작년 2월 24일에 일어났습니다.

바로 다음날 피해 여교사는 사건 직후 가해 교사와 교장에게 강력한 항의와 함께 같은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합니다.

결국 피해 여교사는 사건 나흘만인 28일 서대문경찰서를 직접 찾아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이를 서울교육청에 알렸고 교육청은 다시 해당 학교에 알립니다.

당시 경찰과 교육청이 사실을 알았다는 건 제가 담당 경찰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직접 확인한 건데요.

그러자 교장과 가해 교사는 피해자에게 다시 경찰에 전화를 해서 사건을 무마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게 피해자의 주장입니다.

경찰이 범죄를 인지하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거고, 교육청 역시 최초 사건 발생 직후 이를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겁니다.

교육청은 공식적으로는 이 사건에 대한 인지를 올해 2월에서야 했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학교의 문제는 안으로 곪기 시작했고, 추가 피해로 이어진 셈입니다.

[앵커]

교사들의 성범죄가 이처럼 번번이 일어나는데도 교장이 침묵했다. 교장도 지난번에 이미 보도가 나갔습니다만, 성추행 혹은 성희롱의 당사자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겠죠?

[기자]

이 학교는 2013년에 만들어진 신설 학교입니다.

직위해제된 선모 전 교장이 초대 교장인데요, 성추행 문제를 일으킨 선생님들도 대부분 개교 멤버이자 입시와 관련해서 주축 선생님들입니다.

특히 한 사람은 언론에 진학 관련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한 사람이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교장 자체도 성추행에 연루가 돼 있지만, 교장은 오히려 성추행 사건이 보고된 이후에 문제가 됐던 사람들을 더 좋은 보직으로 임명을 하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교장이 학교의 성적을 끌어올려 자신의 실적을 올리려는 욕심이 지나쳐 아무리 물의를 일으켜도 소위 입시와 관련 있다는 교사는 중용한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 학교가 굉장히 학생들에게 강압적이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그런 것이 어찌 보면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는 토대가 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가 된 이 학교는 새로 설립된 공립고교로 상대적으로 이 지역의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을 꺼리는 학교로 아직까지는 인식이 돼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게 일부 선생님들의 뜻이었고요.

실제 이 학교는 실제로 강력한 벌점제를 운영했습니다.

이런 제도를 주도한 게 이번에 가해자로 지목된 5명의 선생님이고, 학생들을 꿈쩍도 못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힘을 쥔 선생님들이 아무 제재도 없이 성추행 등 문제를 계속 일으켜왔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른바 무소불위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어제 교육부가 학교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최소한 해임이다, 이번에 이 5명의 교사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무척 커졌습니다마는 이걸로 다 되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학교 내 성폭력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2013년 54명이었던 게 지난해 40명으로 줄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35건입니다.

거의 지난해 한해 발생 수를 반년 만에 육박한 겁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처벌 수위를 높여왔는데 그래도 학교 내 성폭력은 별로 줄고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일단 경찰이든 교육당국이든 최소한 문제가 불거진 사건 만큼이라도 인지하게 되면 철저하게 해결하고 넘어가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미 지금 현재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누가 성폭력을 당했는지에 대해서 친구들끼리 서로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아주 심각한 상태입니다.

[앵커]

용어는 잘 선택해야 합니다. 성폭력은 아니고요, 성추행 혹은 성희롱이라고 용어 정리를 하도록 하죠. 어제 피해 여선생님이 저한테 한 얘기도 기억이 나네요. 가해자 선생님이 다른 학교 가서 잘 지내고 있더라 이런 얘기도 전해주신 바가 있죠. 윤정식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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