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봉 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나

양은경 법조전문기자 2015. 8. 4. 19: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성폭행 의혹을 조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을 전날 저녁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뒤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현역 의원이 성폭행 피의자로 조사받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 결국 경찰 단계에서 불기소(무혐의) 의견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뒷말이 많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피해 여성 A씨는 1차 진술에서는 “13일 낮에 호텔로 불러내 강제로 옷 벗기고 몸을 눌러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다 심 의원을 만난 후 2차 진술에서부터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했지만 전력을 다해 도망가진 않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3차진술에서는 “성폭행은 아닌 것 같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성폭력 사건은 특징상 목격자가 없어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진술의 일관성이 무너져 버리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A씨는 2차 진술부터 사실상 ‘강간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렇다면 심 의원이 성폭행을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유죄 입증은 거의 불가능하다. 법 개정으로 2013년 6월 19일 이후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어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재판에서 무죄 가능성이 높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 여성이 진술을 바꾼 과정에서 심 의원이 개입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까. 만일 협박을 했다면 특가법에 의해 보복 범죄로 징역 1년 이상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A씨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회유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 심 의원이 만약 돈을 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합의 자체가 대부분 금전을 매개로 하는 것이고 그 대가로 처벌을 원치 않는 것 역시 피해자의 의사(意思)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심 의원이 최종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나더라도 검찰이 피해자를 무고(誣告)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나중에 태도가 변했다고 해서 ‘강간당했다’는 신고를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피해자 A씨의 지인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한다. 결국 칼자루를 쥔 피해자가 물러선다면 법적으로는 심 의원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