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도시]보수적 거리가 노래·춤의 무대로 '활짝'.. 음악이 바꾼 '도시의 표정'

박태우 기자 입력 2015. 8. 3. 22:09 수정 2015. 8. 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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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로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시민들 부담 없이 즐겨

▲ 배우들 한 해 수천명씩 배출 1000석 이상 공연장 9곳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많아

▲ 연극·클래식 등 파급효과 커…대구 경제 새 성장 동력 될 것

대구 동성로는 대구의 얼굴이다. 서울의 명동, 부산의 남포동과 맞먹는 번화가다. 대구역에서 중앙파출소를 잇는 동성로(920m)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60여만명에 이른다. 대구를 상징하는 이 거리가 노래와 연기,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 동성로에는 수시로 아마추어 배우들의 뮤지컬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대구시는 10년 전부터 음악을 매개로 보수도시에서 열린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공연문화, 뮤지컬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국제뮤지컬축제도 열리고 있다.

대구시 동성로 중앙파출소 앞 광장에서 계명문화대 뮤지컬공연단 학생들이 뮤지컬 <올슉업>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대구를 상징하는 동성로는 춤과 노래,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전국 최고의 뮤지컬 역사

대구의 뮤지컬 도시 명성은 오래전부터다. 공연문화의 역사성은 물론 물적·인적 인프라가 다른 도시에 비교우위에 있었다. 대구는 6·25전쟁 당시 음악을 꽃피웠던 도시다. 당시 피란민 중 서민들은 주로 부산의 국제시장이나 자갈치시장에서 생계 터전을 잡았으나 화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은 대구 향촌동 일대에 머물렀다. 당시 대구 향촌동, 북성로 등의 백조, 꽃자리 다방 등에서는 수시로 콘서트가 열리며 전란 속에 예술의 꽃을 피웠다. ‘가고파’ 작곡가 김동진(1913~2009)은 수시로 이곳을 찾아 전쟁의 시름을 딛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강원 홍천 출신의 작곡가이자 성악가인 하대응(1914~1983)은 당시 대구로 피란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음악인재를 길러냈다.

계명아트센터(1900석), 대구오페라하우스(1500석), 대구시민회관(1600석) 등 대구에는 1000석 이상을 갖춘 공연장이 9개에 이른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많다. 이 밖에도 동성로와 봉산문화거리 등 시내 곳곳에 300석 안팎의 소공연장이 널려 있다.

대구지역에서 배출하는 공연 관련 학과 대학생들은 매년 12개 대학(2년제 대학 포함) 3300여명에 이른다. 공연문화에 우위를 점한 대구는 피아노와도 인연이 깊은 도시다. 1899년 대구를 찾은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텀의 아내 에피는 이국땅이 낯설고 지루했다. 그는 남편에게 본토에서 피아노를 구해달라고 졸랐다. 사이드 보텀은 아내를 위해 1900년 하와이에서 피아노를 대구 달성군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여왔다. 피아노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달성군은 이를 기념해 2013년 9월 피아노가 들어온 과정을 담은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를 공연해 ‘대박’을 터뜨렸다. 정풍영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뮤지컬은 클래식, 연극, 오페라 등 다른 장르로의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대구 경제를 견인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동성로는 뮤지컬 거리

지난 6월21일 오후 6시 동성로 중앙파출소 앞. 계명문화대 뮤지컬학과 남녀 대학생 20여명이 110㎡ 규모의 야외무대를 점령했다. 이들은 뮤지컬 <그리스>의 리듬에 맞추어 ‘텔 미 모어(Tell me more)’를 열창하며 흥겨운 놀이마당을 펼쳤다. 때로는 다이내믹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몸을 흔들고 발을 놀리며 관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처음에 서성거리던 관객들도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축제에 빠져들었다. 관객들은 어느새 300여명으로 불어났다.

거리공연 ‘뮤지컬 버스킹(Musical Busking)’에는 계명문화대, 대구예술대 뮤지컬 관련 학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뮤지컬 버스킹은 하이라이트만을 묶은 ‘갈라쇼’ 형태로 30여분간 펼쳐진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오후에 걸쳐 두 차례씩 11월까지 이어진다.

동성로의 뮤지컬 거리공연은 매주 레퍼토리를 바꾸어 흥미를 더해준다. 이곳을 찾으면 <그리스> <레미제라블> <라이언킹> <올슉업> 등 수준 높은 뮤지컬을 갈라쇼 형식으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배우들은 계명문화대, 대구예술대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들이지만 기성 배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거리 뮤지컬을 관람한 김인숙씨(42)는 “학생들의 연기 수준이 만만치 않아 공짜로 보기에 미안할 정도”라면서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신선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세계 4대 뮤지컬도 이곳에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뮤지컬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4월 조성한 250㎡ 규모의 광장 벽면은 대구 뮤지컬 역사를 한눈에 담고 있다. 대구 뮤지컬의 태동기에서부터 형성기, 성장기 등으로 정리돼 있다.

이 광장에는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세계 4대 뮤지컬의 주요 장면을 담은 안내판이 전시돼 있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는 4대 뮤지컬의 주요 장면이 시시각각 상영되고 있다. 또 주요 뮤지컬 작품의 특정 장면을 형상화한 조각상 주변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광장 바닥에는 안재욱, 옥주현,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배우 7인의 핸드 프린팅과 친필사인도 새겨져 있다. 장미주씨(36·회사원)는 “거리를 거닐다 보면 낯설게 느껴지던 뮤지컬이 저절로 습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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