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 방과후학교 막아선 주민들
경기 과천시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방과후학교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교육시설인 방과후학교를 소음과 교통문제를 일으키고 집값을 떨어뜨리는 ‘기피시설’로 보고 있다.
과천 두근두근방과후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2002년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조합은 방과후학교가 입주해있던 중앙동 단독주택 임대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출자금을 늘려 방과후학교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월 부림동에 2층짜리 양옥 주택을 샀다.
하지만 지난 6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고 방과후학교가 들어오는 것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과후학교가 차려질 곳은 다세대 주택가이므로 교통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아이들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저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방과후학교 이전 부지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 주변에는 10여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방과후학교 입주에 반대하는 1472명의 주민서명도 받았다. 방과후학교로 사용할 주택의 리모델링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3일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예전에 방과후학교가 옆집에 있을 때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집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주민들의 반대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교통혼잡이 우려된다면 인근 공원에 주차하고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소음에 대해서도 “방음벽을 치고, 실외놀이는 인근 학교나 공원에서 하겠다”고 했다.
과천시 건축과는 건축법시행령에 방과후학교 관련 규정이 없으므로 방과후학교가 들어설 수 없다고 최근 조합에 통보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당초 면담 과정에서 입주를 허용하겠다던 과천시장이 주민들이 반대하자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조합 측은 “시 건축과에서 부림동 집의 증축을 허가받을 당시 주차문제와 소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며 “당시 이미 방과후학교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이제와 말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조합원 김동수씨(47)는 “방과후에 아이를 보낼 곳 없는 맞벌이부부를 위한 장소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합은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방과후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배장현 기자 say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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