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일본식 사죄법 '세이케이레이'.. 정중한 사죄 담아

이효상 기자 2015. 8. 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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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형과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이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국민들께 사과를 전했다. 이날 신 회장은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한번은 허리를 45도 가량 굽혔고, 다른 한 번은 30도 정도 숙였다. 신동빈 회장이 나고 자란 일본 문화권에서는 이를 두고 각각 ‘사이케이레이(최경례·最敬禮)’, ‘케이레이(경례·敬禮)’라고 한다.

롯데그룹이 후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2시41분 김포공항 입국장을 나서자마자 운집해 있던 취재진 앞에서 5초 이상 고개를 숙여보였다. 허리를 45도 굽혀 정면에서는 신 회장의 정수리가 보이는 이른바 폴더 인사였다.

일본에서는 이를 ‘가장 공손한 경례’라는 뜻의 사이케이레이라고 부른다. 시선은 몸에서 1m 정도 떨어진 바닥으로 향하고 등은 꼿꼿하게 편다. 보통 중요한 일을 부탁할 때나, 사죄를 할때 사용된다. 면접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이 같은 인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이케이레이를 할 때는 두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아야 한다.

사이케이레이보다 높은 수준의 사죄는 ‘도게자(토하좌·土下座)’가 있다. 도게자란 상대방에게 사죄하기 위해 큰절하듯이 땅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자세다. 존경하는 상대에게 하거나 깊이 사죄할 때 사용되는 일본 특유의 자세다. 일본에서는 <위지왜인전>에 3세기 고대 야마타이국에서 행해진 기록도 있다고 한다. 최근의 유명한 용례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때 시미즈 마사타카 도쿄전력 사장이 국민들에게 도게자로 사죄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빈 손으로 사이케이레이를 하고 난 후 “먼저 국민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빨리’를 ‘팔리’로, ‘총괄’을 ‘총과루’로 발음하는 등 일부 발음이 부정확했지만 비교적 정확히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은 “미안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사죄의 의미를 전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은 5초 정도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허리의 각도는 조금 달랐다. 허리는 30도 정도만 숙인 상태였다. 이런 인사법은 공손한 경례를 의미하는 케이레이라고 한다. 역시 등을 편 상태로 몸에서 1.5m~2m 떨어진 바닥을 응시하며 상체는 30도 정도 숙인다. 직장 상사나 처음보는 사람, 손님들에게 예를 갖춰서 하는 인사다.

이처럼 허리를 굽혀서 하는 인사를 일본에서는 ‘오지기(어사의·御辭儀)’라고 한다. 케이레이보다 가벼운 인사로는 ‘에샤쿠(회석·會釋)’가 있다. 에샤쿠는 상체를 15도 정도로 숙여서 하는 인사로 가볍게 예의를 표할 때 쓴다.

이날 신동빈 회장이 행한 두 번의 오지기는 5초 이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레이산소쿠(예삼식·禮三息)’라고도 볼 수 있다. 레이산소쿠는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천천히 굽히고, 멈춘 곳에서 숨을 내쉬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원래의 자세로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정중한 분위기에서 많이 사용된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일본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 출생으로 초·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일본에서 다녔다. 사회생활 역시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하면서 시작했고, 이후에도 일본 롯데상사에 적을 두는 등 일본에서 더 오랜 세월을 보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사죄 역시 일본 문화에 익숙한 신동빈 회장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날 신 회장이 “롯데는 일본 기업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기업입니다.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한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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