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한국에 아이유가 있다면 프랑스엔 루안이..

입력 2015. 8. 3. 03:00 수정 2015. 8.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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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일 흐림. 오늘부터 1일.#169 Louane 'Jour 1'(2015년)
[동아일보]
우리 민족에겐 뼈아픈 역사가 참 많다.

옛날에 홍콩 남자들이 여자 맘을 훔쳐 갔듯 옛적엔 프랑스 여자들이 남자들 맘을 크게 약탈한 바 있으니, 소피 마르소가 일등공신이다. 미국의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학습 도구 시장을 흔든 그녀. 이 밖에 이자벨 아자니, 쥘리에트 비노슈, 줄리 델피, 오드레 토투, 에바 그린…. 그 이름부터 색다른 어감과 특출한 미모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다퉈 공략했다.

대중음악 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에디트 피아프까지 갈 것 없다. 프랑스어 특유의 콧소리는 살리되 기름기는 쭉 뺀 요정 같은 목소리로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1989년) 시대에 주한 프랑스대사 못잖은 역할을 한 엘사가 먼저 떠오른다. 당대의 미국 팝스타 글렌 메데이로스와 듀엣 곡(Un Roman d‘amiti´e·영어명 Friend You Give Me a Reason)까지 발표했다.

상업성 위주로 보면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프랑스의 입지는 급락했다. 요즘 열아홉 살의 ‘프랑스판 아이유’ 루안(본명 루안 에므라·사진)의 이름이 프랑스 밖에서 잘 안 들린다는 것만 봐도 확실하다. 루안은 데뷔 앨범 ‘Chambre 12’로 현재 프랑스 앨범차트 정상을 무려 5주 연속 질주 중이다. 게다가 지난해 출연한 영화 ‘La Famille B´elier’(한국명 ‘미라클 벨리에’·국내 개봉 27일)로 올해 프랑스의 세자르상과 뤼미에르상 최우수 신인 여배우상을 동시 석권했다. 루안 이전에 세자르 신인 여우상과 프랑스 앨범차트 1위를 함께 거머쥔 배우 겸 가수는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바네사 파라디 정도다.

루안의 목소리는 영국 가수 아델의 다이어트 버전 같다. 안개처럼 허스키하지만 그 양감은 한결 덜한. 프렌치 팝의 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달콤하고 청량한 미감과 짙은 채도의 비감이 앨범 전반에 교차하는데 주요 고객인 10대 취향에 맞춘 듯 양쪽 모두 너무 깊게 빠지지는 않는다.

앨범의 첫 곡 ‘Jour 1’은 그런 특성을 3분 30초 안에 녹여 낸 훌륭한 전채요리다.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새운 남자를 향해 ‘만약 내일도, 모레도 함께한다면’의 조심스러운 연정을 불길한 c단조로 독백하던 주인공은 후렴구에 다다라 Eb장조의 밝은 분위기로 전환하면서 그걸 강조하는 장3도, 완전5도 멜로디를 개진해 ‘오늘부터 1일’이라 뱉어 버린다. ‘네 맘이 어떻든, 널 갖겠어’의 떨리는 선언.

21세기 프랑스 여인의 침공은 이렇게 개시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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