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노동연구원 '해고 지침' 주말 보도자료, 왜

김지환 정책사회부 기자 2015. 8. 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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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 8월의 첫 주말인 지난 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이 자료를 두고 노동계와 정부 간 설전이 2일까지 이어졌다. 왜 자료 배포자인 노동연구원은 뒤로 빠지고 노·정이 직접 얼굴을 붉히게 됐을까.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은 노동리뷰·노동정책리뷰 등 정기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례적으로 주말 오전에 나온 자료는 노동부가 8~9월 발표할 예정인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문제를 다뤘다. 노동연구원은 현대자동차가 2009년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역량 향상 프로그램(PIP)을 실시했지만 직무역량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고시킨 노동자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제안했다. “직무 부적합이나 직무능력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따른 합리적 인사관리가 실시된 뒤 최후 수단으로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양대 노총은 일제히 반발했다. 노동부가 국책연구기관을 앞세워 사실상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발표했다고 본 것이다. 한국노총은 “말로는 노사정위 복귀를 얘기하지만 강행 처리하려는 속내를 비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왜 이 시기에 이런 내용을 발표했는지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현장 사례, 판례를 제시해 노사가 능력개발·근로계약 해지(해고)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진 분위기다. 정부가 치고 빠지는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불신이 노동계에서 커지고 있다. “정부 생각이 그대로라면 노·정 협상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고의일까, 우연일까. 불쑥 튀어나온 노동연구원 자료가 8월 노동정국에 또 다른 불씨로 지펴지고 있다.

<김지환 정책사회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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