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아버지가 동생 때렸다"..롯데 '父子 전쟁' 양상

비즈앤라이프팀 2015. 8. 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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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본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아니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회장간 ‘부자전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사업 적자와 제2 롯데월드 건립으로 불거진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갈등이 신 총괄회장을 대리해 움직이는 신 전 부회장 대 신동빈 회장의 분쟁으로 표면화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달 초 아버지가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매우 심하게 화를 냈고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아버지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1일 롯데그룹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지난 6월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긴급 호출해 중국 사업 적자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뺨까지 때리며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맨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신 회장이 “중국 사업은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고 자세한 것은 조만간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하자 신 총괄회장은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해서 되겠느냐, 나를 속이려 들지 말고 제대로 보고하라”며 신 회장의 오른 뺨을 때렸다. 신 회장은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집무실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이 사실을 알린 소식통은 “신 회장의 나이가 올해 만 60세다. 아무리 엄격한 아버지이지만 환갑 나이에 뺨까지 맞은 신 회장으로선 매우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부자 간의 관계는 이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신 회장이 지난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사실을 언론보도로 뒤늦게 안 신 총괄회장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신 전 부회장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했다.

신 회장도 다음날 신 총괄회장 해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아버지와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측은 KBS 인터뷰에서 ‘7월17일자로 장남 신동주를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 신동빈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도장이 찍힌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내용은 다른 사람이 쓰고 총괄회장 서명만 받았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두 부자는 성장배경과 경영철학, 인사 스타일에서 서로 달라 오래 전부터 갈등이 잠복되어 있었다는 분석이다. 유통사업을 중시하는 신 총괄회장과 달리,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에서 경영흐름을 수업한 신 회장은 기존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 회장은 특히 금융과 에너지사업 부문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전력을 쏟았는데,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인수는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한 관계자는 “껌과 초콜릿, 백화점과 할인점 등 제과와 유통사업을 통해 성장한 롯데의 전통과 역사를 고려할 때 신 총괄회장은 금융이나 석유화학 등 이질적인 산업문화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은 총수 지위에 올랐으면서도 작은 투자, 인사 하나까지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해야 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상당히 누적되어 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부자 간의 이견은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 롯데월드 건립을 놓고도 표면화했다. 신 회장으로선 아버지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건설과정에서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과 리스크를 놓고 상당히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한편 이날 SBS 인터뷰에서 지난달 6일에는 자신이 동생과 한국에서 만나 잘 해결해보자고 말했지만 신동빈 회장은 자신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비즈앤라이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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