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발] 정말 창조경제가 성공하면 좋겠다 / 이경

2015. 7.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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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분야 비전인 창조경제는 여전히 모호하다. 여러 사람이 지적한 대로 한번에 탁 와닿지 않는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렇게 설명한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자본 중심, 기술 중심 또는 영업 중심, 노동 중심의 경제 틀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나 창조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과학기술과 아이티(IT)산업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람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것으로 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은 2006년부터 '창조경영'을 강조해왔다. 이 회장의 창조경영도 추상적이긴 하지만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통령의 비전은 재벌그룹 총수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그런 만큼 창조경제의 개념을 좀더 일목요연하게 다듬으면 좋겠다.

개념을 둘러싼 아쉬움과는 별개로 정부는 창조경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구를 시작으로 며칠 전 인천까지 전국 17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모두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혁신센터는 창조경제를 실행하는 중심축이다. 정부 요청을 받아 재벌그룹들이 하나씩 맡아 이끌어가는 혁신센터는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과 신규 기업 창업, 기존 중소기업 성장 지원 등의 일을 한다.

혁신센터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부 자료를 보면, 10개월 새 보육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이 250개, 혁신 지원을 받은 기존 중소기업이 125개이고 이들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이 299억원에 이른다. 고무적인 소식은 더 있다.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재벌그룹들이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들 그룹이 올해부터 3년간 신성장동력 분야에 136조원을 투자하고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5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상당액이 이미 계획에 잡혀 있던 것이긴 하지만 창조경제 추진에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센터는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의 접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재벌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창업·중소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지원기업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이것이 다시 지원기업 사업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혁신센터는 지역 단위로 활동하기에 지역 균형발전의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가 다음 정부에서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새 정부는 자신의 비전을 밀어붙이기 마련이어서 창조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이 그런 운명을 맞았다. 눈치 빠른 재벌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창조경제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지금 같은 재벌체제에서 창조경제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도 있다. 재벌들이 거의 모든 산업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창업기업 등을 지원할까 싶다. 지금도 재벌 계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에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걱정과 의문이 쓸데없는 것임을 보여주면서 창조경제가 성공하면 좋겠다. 현재 우리 경제는 좀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청년실업자들은 넘쳐난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6년 만에 감소해 올해 3만달러 돌파가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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