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 양념의 대가, 심영순요리연구가 "어머니의 손맛을 잇는다"
그는 2남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의 요리 스승이기도 한 친정어머니는 너무나 엄격한 분이셨다. 슬하에 둔 딸 넷도 어머니가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보일 정도로 외할머니가 엄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어머니는 남다른 가정 교육법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엌일을 혹독하게 가르쳤다. 그는 섭섭한 마음보다는 고운 한복을 입고 요리하는 어머니처럼 되고 싶었다. 어머니로부터 요리에 대한 기초를 배운 그는 10대부터 요리학원을 다닐 정도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지역 향토음식을 맛 본 경험은 한식 요리연구가라는 꿈을 갖게 했다.
그의 네 딸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면 심 연구가가 준비한 도시락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선생님들은 그에게 어머니교실에서 다른 학부모들에게 요리강습을 해 주기를 부탁했고 그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딸들이 다니던 학교에는 재벌가의 자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요리 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재벌가와 대통령가의 딸, 며느리에게도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이름 앞에는 지금도 ‘재벌가의 딸과 며느리들의 요리선생’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오랜 시간동안 그가 요리선생님으로서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럿이다. 그는 수강생들이 ‘요리 연구비를 주는 감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항상 그들을 놀라게 할 만한 메뉴를 선보이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노력에 60세가 넘는 제자들이 수십년째 심 연구가를 찾고 있다.
이 책에 관한 사연도 많다. 심 연구가는 출간 당시 공중파 9시뉴스에 출연해 책을 소개했다. 15년전 요리책의 인기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책은 3일마다 5000부씩 판매돼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또한 이 요리책은 전 세계 교민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한권의 책으로 한정식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에 유학 간 딸이 그곳에서 책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자신을 소개했더니 선물을 한아름 안겨 주었을 정도다. 주인은 판매량이 많아 수익이 많이 생겼다며 ‘어머니께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심 연구가의 책을 본 한 음대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성악을 공부했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해 회의가 든 이 학생은 이 책을 읽은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심 연구가 밑에서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발급받아 지금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심 연구가의 요리학원에는 큰딸(위사진. 장나겸부원장)과 막내딸(아래사진. 장윤정나베S&F대표)이 함께 하고 있다. 큰딸인 장나겸 부원장은 그의 음식 전수자이자 식품영양학 전공자로서 대학 때부터 어머니의 요리강습을 도왔다. 장 부원장은 25년 동안 요리연구와 요리강습을 하고 있다.
장 부원장의 큰딸도 막내 여동생인 장윤정 대표가 경영하는 식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명실공이 삼대가 요리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막내딸인 장윤정 대표는 10년전부터 심영순 요리학원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4년전부터는 어머니가 외할머니로부터 배운 요리비법을 토대로 향신 양념장을 개발하고 관련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최종 완성은 항상 맛을 담당하는 심 연구가의 몫이다.
심 연구원은 음식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며, 건강이라고 생각했고 아내들의 의무를 자신의 딸들에게도 중요하게 가르쳤다.
그의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두 분 모두 98세에 별세 하셨다. 두 분이 장수하실 수 있었던 것은 심 연구가의 건강식 덕분이다. 특히 갖가지 재료를 넣은 ‘갖은 전골’이 일품이다.
그는 요즘 요리 대결 방송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거침없이 솔직하게 맛을 평가하는 그는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한식 대가로서의 힘이 느껴졌다.
요리하는 사람과 음식 받는 사람이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심 연구가가 자신의 음식에 당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시피를 수차례 반복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심 연구가는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신념에 조리 순서와 시간을 무척이나 중요시한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에 음식에서 깊은 맛이 있다. 양념 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로 살리는 것도 특징이다.
자신에게 음식은 첫사랑과 같다고도 말하는 심 연구가는 평생을 음식 생각만 하고 살아왔다. 죽기 직전까지 그토록 그가 사랑한 이 일을 하고 싶은 것이 한식대가의 마지막 바램이다.
[기획·글=이길남 / 사진=이우성]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2차 시크교도전쟁 (1849) - 1부
- 올 여름, 철원 한탄강으로 오세요
- '41세' 조인성, 새로운 두산킬러로 급부상
- 위기와 실패의 극복, 그 끝에 창의성이 있다 (2)
- 후반기 NC 불펜의 핵심, 최금강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8인치 파운드리 불황 때문에…‘영업익 반 토막’ DB하이텍 위기 언제까지
- ‘김기리 ? 문지인’ 결혼식, 백지영·박진주 ‘축가’...“세기의 결혼식 방불케해”(종합) - MK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