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유재석, 정준하의 힙합을 진지하게 듣다

아이즈 ize 글 임수연 2015. 7.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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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임수연

[소지섭이 “소간지표 펀치라인”(보도자료)이 돋보이는 신곡 ‘So Ganzi’와 함께 래퍼로 돌아왔다. 왜 그가 배우 대신 래퍼를, 그것도 꾸준히 시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30~40대 남자들이 랩에 관심이 많은 것은 분명한 듯하다. Mnet [쇼 미 더 머니 4]의 한 래퍼는 10년 전에 힙합 가수로 데뷔했지만 지금은 타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지누션은 40대가 돼서 신곡 ‘한 번 더 말해줘’로 “힙합 빠삐용”으로 돌아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힙합이 유행하기 시작했으니, 지누션과 같은 ‘힙합 1세대’는 이제 중년이 되어 랩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도 어색한 일만은 아니다. MBC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갑자기 힙합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같은 프로그램의 유재석이 언젠가부터 ‘MC 날유’로서 심심치 않게 랩을 하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과 MBC [일밤] ‘오빠밴드’ 등 중년 남자들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그들의 밴드 도전기를 다뤘다면, 지금의 [무한도전]은 그들이 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왜 그들은 랩에 빠진 것일까. 소지섭을 비롯해 그가 출연한 [무한도전]에 스냅백을 쓰고 나온 정준하, 스윙스와 콜라보레이션까지 했던 유재석 등을 통해 그들과 힙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소지섭, “이건 연기완 달라 내 모습대로 이대로”
MIC를 들게 된 이유: 드라마 OST에서 조금씩 랩을 시도하던 그는 2011년 디지털 싱글 ‘Pick Up Line’으로 래퍼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래퍼로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같은 홍보 활동은 거의 없고,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했을 텐데 좋아해서”(SBS [한밤의 TV연예])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지난 아시아 팬 미팅 투어를 할 때는 소울다이브와 함께 랩과 댄스 무대를 꾸민 후 10곡을 추가로 선보였다. 이 정도 분량이면 거의 소지섭 힙합 콘서트의 다른 이름이다. 취미 생활에 가까워 보이기는 하지만, 팬 미팅을 위한 레퍼토리로 활용하겠다는 욕심 정도는 조금 있는 것일지도. 
애티튜드: 소지섭은 항상 진지하다. 앨범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 그의 첫 앨범 [북쪽왕관자리]에는 허각, 바비 킴 등 많은 가수들이 참여했다. 또한 소울다이브의 넋업샨을 랩 선생님으로 모시고 꾸준히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고 있으며, 뮤직비디오의 주연 배우는 박신혜와 유승호다. 취미 활동을 진지하게 하면서 ‘때깔’까지 충족시키려면, 역시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해야 한다.
[쇼 미 더 머니]에 나왔다면: 태도는 진지하지만 냉정하게 실력을 평가한다면 독특한 플로우를 구사한다거나 가사를 재치 있게 쓴다고 보기는 무리다. 1차 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남다른 비주얼 때문에 방송이 끝난 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두고두고 회자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소지섭의 목소리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톤은 그만의 경쟁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메시지: 정말 다 가진 사람이 왜 이러는 걸까. 끈덕진 도전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소지섭 본인도 대중의 평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So Ganzi’에서는 “랩을 하는 건 내 발등을 찍는 도끼”라고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건 연기완 달라 내 모습대로 이대로”라며 도전한다. 작품 속 인물로 변신해야 하는 배우와 달리 랩을 할 때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톱스타마저도 마흔을 앞두면서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소지섭의 1인 소속사 51K에서는 [셀마], [필로미나의 기적] 등 완성도는 높지만 수익이 나기는 쉽지 않을 영화들의 수입·투자 사업 또한 겸하고 있는데, “내가 느낀 감동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서”([젠틀맨 코리아])라는 이유다. 그래요. 오빠가 행복하면 됐어요. 

유재석, “그 누구도 몰랐지만 사실 나는 킹카였어”
MIC를 들게 된 이유: 시작은 예능이었다. 하지만 첫 스승이 타이거 JK였다. 2009년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1등을 차지하며 순조롭게 랩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2년 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는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가사를 쓰는 일의 쾌감도 알게 됐다. 당시 파트너였던 이적도 말하지 않았는가. ‘말하는 대로’보다 ‘압구정 날라리’ 이야기를 할 때 얼굴에 화색이 돈다고.
애티튜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흥을 발산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개성보다는 자신이 요구받은 콘셉트를 구현해내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무한도전 조정가 ‘Grand Final’에서의 랩과 스윙스와 함께 작업을 했던 ‘네네치킨 로고송’의 랩이 달랐던 것처럼. 때문에 다른 가수의 노래를 할 때는 최대한 원곡의 스타일을 존중한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에서 엄정화의 무대에 깜짝 출연하거나 최근 방송에서 빅뱅의 ‘BAE BAE’를 따라 하던 모습이 그 예.
[쇼 미 더 머니]에 나왔다면: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의외의 잠재력을 자랑할 수 있다. 현재 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죽어라 연습에만 매진하면 1차나 2차 예선은 통과할 수는 있지 않을까. 춤을 출 때와 마찬가지로 랩을 할 때 기본적으로 박자를 잘 타고, 프리스타일 랩에 요구되는 순발력도 갖춘 편이다.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감성변태 유희열 너와 내가 만나 유투 너와 내가 만나 투유”라고 바로 가사를 지어내거나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 “여긴 제시 나는 유씨 어제 먹은 콜라 500CC” 같은 랩을 즉석으로 한 것이 그 예. 타이거 JK가 MBC [놀러와]에서 칭찬했듯이 발성도 탁 트였다. 다만 MC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그의 목소리가 랩을 할 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톤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메시지: ‘압구정 날라리’의 가사는 그간 그가 해온 작업 중에서도 유재석 본인이 가장 잘 드러났던 사례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지나고 돌이켜 보면 그 누구도 몰랐지만 사실 나는 킹카였어.” 옛날의 나는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는 자부심 넘치는 랩은 평소의 국민 MC 유재석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즉석만남’을 자주 하고 연락처를 땄지만 따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과거사 역시 마찬가지다. 랩이 솔직한 표현을 이른바 ‘간지’ 나게 보일 수 있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선비’나 ‘성직자’에 비유되기도 하는 유재석도 ‘날라리’의 과거를 자연스럽게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줄 만큼 말이다. 
정준하, “서울대 대학원 나온 도토 아빠의 하루를”
MIC를 들게 된 이유: 2년 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힙합 팬이라면 모르기 힘든 인물인 빈지노와 별다른 교류 없이 인사만 나눈 점을 생각하면 예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뒀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가 힙합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시작한 것은 올해 [무한도전] ‘무한뉴스’를 녹화할 즈음. 유재석의 폭로에 의하면 정준하는 “벌써 힙합가수들과 자리를 갖는다든지, 이미 가요제의 그림을 그려놓고” 있었다고 한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최신의 트렌드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상과의 첫 만남에서는 관객들 앞에서 ‘정주나요’ 외에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곡을 갖고 싶다고 말하며 6년 전 ‘영계백숙’은 너무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 머물며 유행이 지난 것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 아닐까.
애티튜드: ‘JUNA’가 새겨진 스냅백을 쓰고 금색 목걸이를 두르는 등 ‘힙합’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를 법한 이미지에 기댄 스타일링을 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보다 아직은 막연한 힙합의 이미지를 동경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그것을 정준하가 했을 때는 ‘스웩’이 아닌 ‘족장님’이 된다는 것을 본인은 미처 몰랐던 것 같지만.
[쇼 미 더 머니]에 나왔다면: 노래를 부를 때와 마찬가지로 성량은 타고났는데, 성량만 타고났다.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무한도전]에서 자이언티는 박자를 독특하게 탄다며 칭찬했지만 사실은 개성이라기보다 리듬을 규칙적으로 타는 재능이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게다가 딜리버리 능력이 무척 떨어져 자막이 나와도 랩을 알아듣기 힘들고, 라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수준. 지난 2012년 개그맨들의 힙합 도전을 두고 E-Sense가 “꼴보기 싫다”고 비판하자 “꼴보기 싫다? 어떤 꼴? 마름모 꼴? 둥근 꼴? 네모난 꼴? 이센스님! 이…센스는 아닌 듯… 마음을 다스리고 웃어보아요! 우리는 다 같은 즐겁고 행복한 동료!”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맞대응한 적이 있는데, 딱 이만큼의 센스다.
메시지: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랩을 통해 “반전의 내 모습을 꺼내볼까 찌질하고 징징대고 삐치고 인상” 쓰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능통한 내가 새벽까지 공부해 (중략) 서울대 대학원 나온 도토 아빠의 하루를 족장님 힙합이 나가신다”라며 나이를 먹은 후에도 공부에 매진하는 자신에 대해 뿌듯해한다. 이런 모습은 tvN [스타특강쇼]에 출연했을 당시 “모든 일을 다 해봐라”는 강연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랩은 그가 도전하는 ‘모든 일’ 중 하나로, 랩에 도전하는 모습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가사는 그 자부심을 드러내는 통로인 것이다. 덕분에 함께 작업하는 윤상은 난감해진 것 같지만.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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