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보고한 ‘문·이과 통합’ 슬그머니 없앴다

송현숙 기자

“통합형 교육안” 홍보했던 교육부

개정 사실상 축소, 이름서도 삭제

학자·교사 “깜깜이 졸속안” 성토

23일 오후 서울 제기동 역사문제연구소 강당에서는 ‘2015 역사과교육과정(시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시작부터 정부 성토가 빗발쳤다. 당장 2017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2015 교육과정 개정의 총론·각론 발표가 코앞인데도 공론화 자리부터 마련되지 않자, 참다못한 역사단체·교사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역사학자들과 교사들은 토론회 내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는 역사교육과정이 걱정되어서 최악은 막자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며 ‘불통 교육부’를 겨냥했다.

교육과정은 초·중·고교 교육 전반에 담아야 할 밑그림이다. 각 학년에서 배워야 할 과목과 내용 범주, 교수법, 평가방법(수능 등)까지 정해진다. 준비 중인 2015 교육과정은 현재 중1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입시를 크게 흔들게 된다.

그러나 2015 교육과정 개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문·이과 통합, 학습량 감축, 현장 목소리 반영이라는 세 가지 목표와 약속을 내걸었지만 허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만 해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임을 내세웠던 교육부는 최근엔 ‘문·이과 통합형’이란 말을 슬그머니 지우고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부르고 있다. 문·이과에 상관없이 탄탄한 기본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기르겠다고 시작한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 목표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 5월 내놓은 교육과정 개정 시안에서 문·이과가 함께 배우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94단위로 줄였다. 2009 전면 개정 때 116단위에서 22단위나 공통 교육과정이 축소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문·이과 통합’만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합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내용을 줄여 학습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약속도 역주행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학습량을 20% 정도 줄이겠다는 교육부 약속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고, 통합사회는 현재 고1 학생들이 배우는 사회과목 내용보다 5.5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문·이과 통합과는 별 관계가 없는 초등교과 한자병기, 안전교과 신설, 소프트웨어 수업 등이 끼어 들어오면서 초등학생들의 학습부담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교육부는 교과토론회도 ‘007 작전’을 수행하듯 방학과 휴가철이 겹친 오는 30일부터 잡고 23일에야 각 학교에 공지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비전도,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졸속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깜깜이식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지금이라도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7월24일자 [길 잃은 교육과정 개정] 제하의 기획특집과 관련해, 교육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전면 개정 년도를 교육과정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기사화된 학습량 증가 통계는 2015년 5월1일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현재 진행된 학습량 감축 정도와는 많이 다르며,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은 고시 일정 및 연구 진행 정도에 맞춰 공지 후 진행한 것이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