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출석한 박지만 "정치권력 관심없다. 날 이용한다는 건 말안돼"

전수용 기자 2015. 7. 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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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출석을 거부하다 구인장이 발부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7) EG회장이 21일 법정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정치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 전 행정관에 대한 공판에서다. 네 차례 증인 출석을 거부해 구인장이 발부된 박 회장은 뒤늦게나마 출석 의사를 비춰 강제 구인이 아닌 자진 출석 형태를 갖췄다. 그의 이날 동선(動線)은 철저히 가려졌다. ‘증인지원제도’를 통해 일반인 통로가 아닌, 재판부가 드나드는 법정 안쪽 통로를 이용했다.

오전 10시 5분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흰색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박 회장은 다른 증인들처럼 인정(認定)신문과 증인 선서를 한 뒤 증인석에 자리했다.

박 회장은 검찰 신문에서 시종일관 “비서였던 전모씨를 통해 우리 부부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 보고는 받았지만, 청와대 문건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회장은 특히 증언 내내 ‘정윤회 문건’ 사태가 정씨와 ‘권력 암투설’ 때문이라는 일부 의혹을 의식한 듯 청와대와는 철저히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증언 과정에 간혹 검사에게 되묻는 식으로 자신의 증언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비서로부터 여러 내용을 보고받은 건 맞지만, 청와대와 관련된 것은 없고, 나를 사칭하는 사람에 대해 확인하는 수준이 많았다”며 “청와대 민정에서 대통령 가족에 대한 많은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 있느냐”고 했다. 검사가 “청와대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을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알아봤느냐”고 묻자 박 회장은 “나는 청와대에 궁금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또 “어릴 적 청와대에서 슬쩍슬쩍 문서를 본 적 있는데 (비서가 가져온) 지금 문서와 차이난다는 느낌도 받은 적도 없고, 구체적으로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이유가 자신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냐는 변호인 물음에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냉소적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박 회장은 청와대로부터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박 회장 부부와 관련돼 청와대에서 조사하거나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비서를 통해 ‘이런 문제가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가깝게 지낸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였고, 대부분 우리 부부한테 접촉하려는 사람들이나 사칭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은 안 만나는 게 좋겠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식의 내용을 보고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유출한 문건엔 일명 '비선 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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