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용 "'연평해전', 3년 기다림 끝 피어난 꽃이죠"(인터뷰)

장아름 기자 2015.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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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제가 순발력이 강한 편이라서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총 세 번에 걸쳐 배역이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고충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본래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에서 맡은 역할은 이용세 병장이 아니었다. 처음 맡았던 역할은 배우 김동희가 맡았던 권기형 병장이었고, 이후 코믹한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뜻에 따라 최병장 역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하지만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겨야 하는 최병장 역할은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사라지게 됐고, 최종적으로 박동혁(이현우 분) 상병을 시시때때로 괴롭히는 이용세 병장 역할이 주어졌다. 영화 제작이 3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는 중에 배역 변화의 우여곡절도 있었던 셈이다.

배우 한성용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 '연평해전'의 지난 3년을 돌이켰다. © News1 스포츠 / 클로버컴퍼니

배우 한성용(31)은 '연평해전' 속 희비가 교차하는 매 순간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타 배우들 처럼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 아닌, 유일한 허구의 인물을 연기했지만 많은 남성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을 만큼 리얼한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박동혁 상병과 청각장애인 어머니의 유일한 연락 수단인 휴대전화를 얄밉게 빼앗거나, 갑작스레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걸다 후임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차려를 주기도 하는 이용세 병장 역할이 꼭 맞는 캐릭터 같았지만 처음부터 주어진 배역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흥미롭게 들렸다.

자칫 자만이나 과신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의구심을 남기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10년이 넘는 지난 시간 동안 연극 무대와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이 여간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직접 발로 뛰며 프로필을 영화사에 보여주고 배역을 따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도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2년 전, 한석규와 감우성 등이 소속된 지금의 소속사에 제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내 소속사를 갖게 됐다. 그래서 연기에 보다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 오늘에 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런 한성용의 오늘의 고민은 빛나는 작품에 빛을 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 현역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과 연기 스터디를 결성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작품에서 강한 역할을 주로 연기했지만 본래는 코믹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라며 액션 장르를 위해 액션 스쿨도 다니고 있다고도 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스펙트럼에 대한 계속되는 고민 역시 연기를 향한 열정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는 분명 류승룡, 조진웅 등 인터뷰 중 그가 언급했던 충무로의 대체 불가 배우들의 계보를 이을, 멀지 않은 그 미래를 기대케 하는 이유일 것이다.

Q. '연평해전'이 올해 한국 영화 최초로 500만 관객수를 넘어 흥행 중이다. 이렇게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A. 준비하는 과정도 엄청 길었고 모두 잘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작품이라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3년동안 배우나 스태프들도 많은 교체가 있었던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어려운 환경에서 피어난 꽃 같다. 하지만 사실 흥행 보다는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까 그걸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고통 속에서 가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Q. '연평해전'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A. 당시 내가 직접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를 찾아갔었고 오디션 기회를 얻게 돼서 3차 관문까지 통과하게 됐다. 맨 처음에는 배우 김동희씨가 맡았던 권기형 병장 역이 주어졌는데 이후 코믹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최병장이라는 캐릭터로 역할이 바뀌었다. 최병장은 오히려 박동혁 상병을 도와주는 캐릭터였다. (웃음) 이후에 최병장 역할이 없어지면서 박동혁 상병을 괴롭히는 이용세 병장 역을 맡게 됐다.

Q. 역할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고충은 없었나.A.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만약에 실제 여섯 명의 인물 중 한 명이었으면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어차피 상황에 처하면 연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행히 즉흥 연기와 순발력이 강한 편이어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Q. 극 중 이용세 병장만 실존 인물이 아니다. 부담감이 덜 했을까 혹은 더 했을까.A. 전사자들과 함께 어우러진 캐릭터였기 때문에 누를 끼칠까 조심스러웠다. 특히나 박동혁 상병을 괴롭히는 역힐이다 보니까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더라.

배우 한성용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 '연평해전'을 찍으면서 세 번 배역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클로버 컴퍼니

Q. 얄미운 선임 역할의 포인트를 너무나 잘 살린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A. 모두 내 연기를 보면서 실제로 군대 다닐 때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공감하더라. (웃음) 촬영 감독님께서도 이병장 같은 사람이 있었다고 짜증났다고 하셨다. 나 역시도 당한 적은 있었는데 그래도 그 정도로 군생활이 힘들진 않았다. 하하.

Q. 그 포인트를 어떻게 살릴 수 있었을까.A. 실제 군생활을 기억하려 애썼다. 배에서 실제로 복무하는 친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눈여겨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후임이 선임에게 어떻게 대하고 선임은 후임을 어떻게 대하는지 물어보곤 했다. 현장 습득을 빨리 해야 하는 편이라서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를 빨리 대입하려 했다. 그들의 표정과 말투 등을 보고 들으면서 느끼는 그대로를 연기했다. 주어진 대사에 애드리브를 가미해 연기하곤 했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무래도 해상 전투신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모습이었다. 이현우에게 뺨을 맞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A. 실제 촬영장 분위기도 전쟁터 같았다. 물이 튀고 불이 붙고 파편이 튀고 아수라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연기가 절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현우도 감정이 강하게 왔었는지 날 너무 세게 때리더라. 현우도 깜짝 놀랐다. (웃음) 나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현우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너무 잘 받아줬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도 잘 맞춰서 연기할 수 있었다.

Q. 순발력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른데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A. 연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회 성극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당시 악마들의 왕 역할을 맡았다. 5, 6학년 형들을 다스리는 악마 중의 악마였다. (웃음) 당시 연극이 반응이 좋아서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게 됐고 그 연극이 계기가 되면서 연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 같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극단 여행자라는 곳에서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하게 됐다.

배우 한성용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 생활 10년 이야기를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클로버 컴퍼니

Q. 10년 동안 한 길을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인가.A. 사실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다른 일들을 많이 해봤는데 연기가 재미있더라. 액터 잡이라는 카페를 통해 프로필을 보여줄 곳을 찾아다니고 오디션을 보곤 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캐스팅 디렉터를 찾아가 프로필을 드린 적이 있었지만 오디션 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를 돌이켜 보면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게끔 믿어주신 조감독님과 감독님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Q. '연평해전'이 지난 10년 간 연기 생활 중 가장 주목을 받게 해준 작품일 터다.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A. 당시 부모님께서 내가 힘들어하던 걸 많이 지켜보셨기 때문에 격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때론 내가 배우를 그만뒀으면 하시기도 하신다. 그래도 매일 새벽에 나가셔서 새벽기도를 올리신다. 세계적인 배우가 디게 해달라고. 그때마다 오늘도 배우로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Q. 그간 많은 작품에 출연해오면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은 배우가 있나.A. 2년 전에 조진웅 선배와 '분노의 윤리학'이라는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조진웅 선배의 오른팔로 나오는 역할이었는데 정말 연기를 같이 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을 하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 나도 정말 살아있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조진웅 선배가 그때 당시 정말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노래도 같이 부르다 잠들기도 했다.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다.

Q. 연기하면서 가장 중시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A. 예전에 읽었던 한 만화책에서 기본이 있어야 개성이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 대사가 그렇게 가슴에 와닿더라. 같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같은 역할이라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1 더하기 1은 2이지만, 좀 더 다른 모양이나 다른 질감의 2를 표현하고 싶다.

Q. 10년 동안 한 길을 왔다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했을 법도 하다.A. 최근에 '손님'이라는 작품도 개봉을 했다. 생각해보니 류승룡 선배님과도 여섯, 일곱 작품 정도를 함께 했더라. 확실히 캐릭터가 있으신 배우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보면서 그 잘 닦아놓으신 길을 누 끼치지 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선배님들이 가셨던 길을 예쁘게 잘 닦으며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빛나는 작품에 얼마큼의 빛을 더할까 고민이 많다. 튀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작품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그런 작품을 찾고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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