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의 리플레이] 구자욱의 첫 올스타 출전기 "파티 초대받은 느낌"
[일간스포츠 이형석]
구자욱이 17일 올스타 프라이데이 도중 김상수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지난 17일 오후 2시 대구구장. 삼성 구자욱(22)이 이승엽·임창용 등 대선배들이 탑승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버스의 최종 목적지는 올스타전이 열리는 수원이었다. 지난 14~16일 포항에서 열린 넥센과의 치열했던 주중 3연전을 마치고 별로 휴식도 못 취했지만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가벼웠다. 그는 "왠지 모르게 놀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도 안 피곤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구자욱이 그토록 고대하던 꿈의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구자욱은 앞서 팬 투표 120만 222표, 선수단 투표 132표로 합계 47.39점을 얻어 드림 올스타 1루수 부문 1위로 선정됐다. 지난 2012년 삼성 입단 후 3년 연속 퓨처스리그 올스타 무대를 밟으며 '언젠가 나도 저 무대에 서야지'라며 가졌던 꿈을 드디어 이뤘다. 그는 "1군 올스타전은 꿈의 무대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다음날 열린 1군 올스타전이 얼마나 커보였는지 감탄사만 나오더라"고 회상했다.
17일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도중 수원-kt 위즈파크에 도착한 그는 먼저 스승부터 찾아 인사했다. 그는 장태수 삼성 2군 감독, 박치왕 상무 감독, 그리고 21세 이하 야구월드컵 지휘봉을 잡았던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다. 구자욱은 "요즘도 가끔씩 축하 및 안부 메시지를 보내 주신다"며 "오랜만에 감독님을 뵙게 되어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첫날 올스타 프라이데이 행사가 끝난 뒤에는 휴가를 나온 상무 후임병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구자욱이 팬이 선물한 손편지와 응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구자욱은 본 행사가 열린 18일 올스타전 내내 싱글벙글했다. 사인회에 참가해 팬들과 시간을 보냈고, 손편지도 건네 받았다. 사진 촬영 요청도 쇄도했다. 태권도 격파 시범이 열릴 때에는 팀내에서 가장 친한 김상수와 함께 신기한 듯 이를 구경했다.
그는 이날 드림 올스타의 막내였다. 본분(?)에 충실했다. 선배들이 누상에 출루하며 보호 장비를 받기 위해 1루 베이스로 뛰어나가기도 했다. 또 선발 투수 유희관이 더그아웃 앞에서 캐치볼을 할 때 공을 받기도 했다.
구자욱(왼쪽)이 올스타전 행사 도중 나바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구자욱은 경기가 시작되자 올스타전을 마음껏 즐겼다. 2회 1사 후 평범한 내야 땅볼을 때린 뒤 1루로 전력 질주해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이후 강민호의 홈런으로 홈을 밟았다. 또 4회 1사 후 바뀐 투수 손민한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김상수가 쐐기 1타점 적시타 때 두 번째 홈을 밟았다. 또 4-1로 앞선 5회 말 1사 1루 수비에선 상대 김민성의 내야 땅볼을 잡아 병살타로 연결했다.
구자욱은 경기 전 "MVP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2타수 2안타를 기록하지 내심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 1볼에서 친 타구가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갔다. 그런데 워닝 트랙 앞에서 잡혔다. 구자욱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타구가 넘어갈 줄 알았는데…"라며 "하다 보니 MVP에 조금 (욕심이)…좀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구자욱은 이날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올스타전을 마감했다.
구자욱(삼성)이 18일 수원에서 열린 올스타전 행사 도중 팀 동료 김상수와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자욱은 이번 시즌 넥센 김하성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선배들의 잇따른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며 무려 4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총 79경기에 나서 타율 0.329-9홈런-38타점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전반기 야수 MVP로 구자욱을 꼽았다.
이에 앞서 먼저 첫 올스타전 무대를 밟으며 꿈을 이뤘다. 그는 "재밌었다. 큰 파티에 온 느낌이었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유니폼을 입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꼭 입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올스타전 첫 출전의 영광에는 굵은 땀방울이 녹아 들어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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