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인터뷰] 민우혁, 야구선수에서 뮤지컬 배우가 된 이유

2015. 7. 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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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윤성희 기자]등장과 함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7cm의 훤칠한 키, 다부진 어깨,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실제 야구 선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국내 최초 야구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 ‘비운의 야구 천재’ 김건덕으로 분한 뮤지컬 배우 민우혁 이야기다.

이제 어느덧 4년차 뮤지컬 배우의 길에 접어든 민우혁은 사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속 김건덕처럼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열 살의 나이부터 스무살 때까지 야구 선수로 활약한 민우혁은 이후 가수로 전향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인내의 시간을 견딘 민우혁은 2011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풀하우스’, ‘총각네 야채가게’, ‘쓰루더 도어’뿐만 아니라 드라마 ‘홀리랜드’, ‘천 번째 남자’, ‘뱀파이어검사 시즌2’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뮤지컬 배우 민우혁 [사진제공=벨라뮤즈(주)]

이번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를 통해 뮤지컬 배우 데뷔 4년여 만에 진심으로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는 민우혁. 그를 7월 중순의 어느 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남달랐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72cm이었죠. 각종 운동부에서 영입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열 살 때부터 야구를 하게 됐어요. 그 때 당시 조금만 잘하면 메이저리그 가겠다고 주변에서 많이 말해줬어요. 프로팀에서도 눈여겨봤고요.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제 꿈은 노래하는 거였어요.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스럽게 제 뒷바라지를 했는지 알기 때문에 이 악물고 야구를 했어요. 그러다가 스무 살 때 오른쪽 발목 인대가 거의 끊어졌어요. 솔직히 재활하면 됐지만, 3개월 휴식기 동안 많은 고민 끝에 그만두겠다고 말했죠. 10년간 아버지의 위한 삶을 살아왔다면, 이젠 저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눈물을 봤지만, 제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한 모습을 꼭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민우혁은 야구를 그만둠과 동시에 2003년 OST를 발매했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의 길로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당시 민우혁은 소속사의 노예 계약과 구타로 야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2009년까지 7년여 간 돈 한 푼 벌지 못했지만, 그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민우혁은 뮤지컬 ‘젋음의 행진’ 오디션을 통해 다소 늦은 나이에 뮤지컬계에 입문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었어요. 소름 돋았어요. 군대 갔다 와서 우연히 본 오디션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덜컥 합격했거든요. 뮤지컬이란 게 저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 당시 첫 역할이 교생 선생님이었는데, 뮤지컬 하면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동료들을 많이 괴롭혔죠.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은 걸 배우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초대했어요. 되게 뭉클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제가 야구했을 때 좋아하는 모습을 10년 만에 다시 봤거든요. 오랜 시간을 돌아온 거죠.”

뮤지컬 배우 민우혁 [사진제공=벨라뮤즈(주)]

이야기를 나눌수록 민우혁의 삶은 분명 김건덕의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실제로 민우혁 또한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대본을 접한 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번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민우혁은 뒤늦게 합류했지만,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야구선수 출신인 저와 딱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하고 싶었지만, 막상 대본을 받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사실 누구 앞에서 울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무대 위에서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했지만, 첫 공연할 때 한 번 표출되고 나니까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가 되더라고요. 이런 기분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공연을 하면서 ‘힐링’하는 느낌이었죠.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게 이런거구나 느꼈어요. 그리고 멋있다는 거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팬 분들이 그동안 재벌 역할도, 왕좌 역할도 했었는데, 이번 역할이 그동안 역할 중 제일 멋있다는 거예요. 충격 받았어요. 예전엔 겉모습에 신경 썼거든요. 그런데 그게 멋있는 게 아니구나 깨달은 거죠.”

무대 위에 오를 때마다 민우혁은 야구 선수였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자신은 야구 선수로서의 삶을 살진 못했지만, 최근 태어난 아들에겐 야구를 꼭 가르쳐 주고 싶단다. 민우혁은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영락없는 ‘아들바보’로 돌아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뮤지컬 배우 민우혁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어봤다.

뮤지컬 배우 민우혁 [사진제공=벨라뮤즈(주)]

“아직 뮤지컬 배우 민우혁이라고 했을 때 처음 들어본다고 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차곡차곡 내공을 쌓고 싶어요. 아직 1000석 이하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만, 실력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나중엔 대극장 무대 위에 서보고 싶은 게 꿈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초연 배우인 만큼, 이번 작품이 초연으로 끝나지 않고 롱런했으면 좋겠어요. 많이들 보러 오세요.”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승엽 선수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김건덕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야구밖에 모르던 소년들의 꿈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성장 이야기를 신선하게 전달할 예정. 오는 8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한다.

yoonssung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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