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일베 맨유 로고 사건의 전말

2015. 7. 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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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조작 로고가 책 표지에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출판사 측에서는 전량회수 방침을 밝혔다. | 뽐뿌게시판
수화기 넘어 상대방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그 문제로 회의 중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7월 8일 오전, 출판사 브레인스토어 관계자와 통화했다. 악몽 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저자 인지도 등을 고려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찍은”(이날 오후 출판사 관계자의 통화) 신간 표지에 ‘일베제작 로고’가 들어간 것이다. 맨유 공식로고의 손부분을 ‘o’으로, 삼지창 끝부분을 ‘ㅂ’으로 교묘하게 조작한 로고다. 결국 출판사는 이날 오후 늦게 “서점에 깔린 책들을 전량 회수하며, 이미 구입해간 독자도 착불로 책을 보내주면 개정판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누구보다 맨유전문가가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베제작 맨유 로고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일까. 과거 몇 차례 비슷한 사고를 겪은 SBS 측이 제작한 ‘스브스뉴스’가 그 경위를 세세하게 공개한 적이 있다. 촌각을 다투는 방송제작자들로서는 공문을 주고받으며 로고를 입수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활용한다. 디지털 열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디자인 작업에서는 가급적이면 고화질 이미지를 선호한다. 구글 이미지 검색의 고급검색을 통해 큰 사이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다 일베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트랩’에 빠지는 것이다.

브레인스토어 측이 당한 맨유 로고는 올해 2월 9일 ‘엠블럼제작’이라는 일베 회원이 만들어 올린 것이다. 8000×8000의 초고화질 이미지다. <누구보다 맨유전문가가…> 책 표지에 이 로고가 사용된 걸 누가 최초로 발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9시27분쯤에 ‘레사모’에서 처음 퍼온 것으로 돼 있는데, “일베가 해냈다!”라며 일베 회원이 처음 글 올린 시간(9시16분)과 몇 분 차이나지 않는다. 이 로고를 제작한 일베 회원이 “씨X!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고는 내가 만들었다!!!!!!”라며 글을 올린 시간은 9시53분이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열악한 출판 제작환경 등 보다 무거운 토론 주제가 나올 수 있다. 여기서는 딱 하나만 짚자. 검색엔진 구글에서 ‘맨유 로고’로 검색하면 지금도 일베에서 만든 로고들이 최상위 검색 결과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일베회원이 올린 올해 2월 최초 게시물을 보면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버전의 제목을 달고 있다. 다시 말해, 꼭 국내가 아니고 외국에서라도 누가 실수로 이 ‘트랩’을 밟은 게 발견되면 그걸 인증해 베스트게시물로 선정돼보겠다는 속셈이다.

구글 측에 문의해봤다. 악의적인 의도가 명백하더라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는 것이 맞을까. 구글 측은 “검색엔진으로서 구글은 최소한의 검열과 필터링을 하려고 한다”며 “논쟁적인 주제는 논쟁적으로 놔둬야 한다는 것이 구글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결론: ‘똥’을 밟지 않으려면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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