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He's Gone
10일 오후 DJ 고 김광한 씨 빈소에 놓인 동아일보 부고 기사. 영정 옆에도 놓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자녀가 없는 고인의 상주 역할은 경인방송에서 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젊은 DJ H가 했다. H는 고인의 팬이자 청취자였다가 DJ의 꿈을 이뤘다. 고깃국 한 사발 앞에 두고 그가 들려준 얘기는 믿기 힘들었다. H는 생전에 고인이 방송에서 즐겨 틀던 노래 100여 곡을 USB메모리에 담아와 빈소에서 무작위로 재생했는데 문상객에게 맞춰 노래가 나온다는 거였다. ‘마지막 청취자들’을 위해 고인이 한 사람 한 사람 맞춤 선곡이라도 해주듯. 마이클 잭슨 팬클럽 회장이 들어서는 순간 ‘빌리 진(Billie Jean)’이 나왔다. 라디오 애청자가 고인의 방송 내용을 받아 적은 노트를 내밀자 방송 시그널 음악이 재생됐다.
―다음 생에도 DJ를 하실 건가요.
“노노. 드러머가 되고 싶어요. 록 밴드를 만들어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김광한·2013년 인터뷰 중)
영정 왼편엔 드럼스틱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엔 짤막한 부고 기사 한 토막이 코팅돼 놓여 있었고. ‘영원한 라디오스타, 하늘의 별이 되다.’ 동아일보 기사였다. 마감시간에 쫓겨 급히 출고한 딱딱한 기사. 가시는 길에 건네 드린 건 그것뿐인데. 내가 조문할 때 재생된 블랙 사바스의 ‘쉬즈 곤(She‘s Gone)’은 처음 록에 빠져들 때 좋아한 곡일 뿐 아니라 심지어 정확히 내가 태어난 날 세상에 나온 노래다.
집에 와서 ‘쉬즈 곤’을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가 꿈을 꿨다. ‘당신이 떠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내 여름의 사랑은 비로 바뀌었지’ 사무실 책상 위에 틀어두고 나간 ‘쉬즈 곤’이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회사 건물 전체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꿈이었다.
―올드 팝을 앞세워서 너무 ‘추억 팔이’만 하시는 거 아닌가요.
“30년 전 노래를 틀어도 DJ의 개성이 들어간다면 항상 새로운 거죠. DJ는 레코드가 아니에요. 라이브예요.”(2013년 인터뷰)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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