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세월호 특조위]세월호 진상규명 '돈줄' 틀어막아.. "할 수 있는 게 없다" 탄식

이혜리·심혜리 기자 2015.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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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진상조사 침몰시키나".. 특조위 무력화 의구심정부 "인원 구성 안돼" 불구 작년 통준위 예산편성 전례공무원에 핵심역할·조사범위 제한 등 역행 '6개월 허송'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조사의 독립성, 성역 없는 조사, 충분한 조사 기간과 인력,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 모든 요소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엇나갔다. 파견 공무원이 특조위의 핵심 역할을 맡도록 했고, 조사 대상과 범위는 제한했다. 조사 기간과 인력을 줄이더니 돈줄마저 꽁꽁 틀어막고 있다.

불 꺼진 세월호 특위 사무실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저동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국 사무실이 일과 중인데도 불 꺼진 채 텅 비어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기획재정부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특조위에 한 푼의 예산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는 기재부에 올해분 160억원의 예산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9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6일 특조위 예산 집행에 대해 “특조위로부터 2015년도 예비비 요구서를 제출받아 내부 검토 중에 있다. 향후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개정 등 전반적인 논의사항 등을 고려해 특조위의 정상적인 출범과 활동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적정 소요를 지원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특조위는 “시행령 개정안과 별개로 예산은 지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난 4월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5월11일 시행령이 공포된 뒤에는 “특조위 인원 구성이 안돼서”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 인원 구성이 안된 상태에서도 2015년도 운영비 등을 예산으로 잡아 45억원을 편성한 전례가 있다. 기재부가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 예산 집행을 늦추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특조위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올해 특조위 예산은 예비비에서 지출된다. 정부 예산안은 보통 8~9월에 만들어서 국회 의결을 거치는데 세월호특별법이 지난해 말 제정돼 올해 예산안에는 특조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비비는 기재부 장관이 기관의 장(특조위원장)과 협의한 다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지급하게 돼 있다. 국가재정법에는 기관의 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정부의 예산 지급이 늦어지면서 특조위의 활동은 멈춰 섰다. 이달 27일이면 별정직 공무원 선발에 대한 공식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만, 기재부가 예산을 얼마나 줄지 알 수 없어 별정직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이나 강사 섭외 등 계획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용역연구의 경우 주제와 수행기관을 선정한 뒤 사업비를 신청하면 정부가 예산을 지급하는 게 통상적인 방식인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제정이 지연되고 정부가 공무원 파견을 미루면서 관련 사업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 결국 구체적인 사업과 관련된 비용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조위 내에서도 “특조위가 올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 답답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조위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난감’ 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달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재부를 규탄하려 했지만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을 중심으로 기재부와 협의를 더 해보겠다는 의견이 나와 취소했다. 조대환 특조위 부위원장은 “당시 정부와 협의를 한 뒤 최대한 빨리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산은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왜 안 주는지는 모르겠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은 “장관급 국가기구가 반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예산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세월호 승객 구조에도 실패한 국가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1년 넘게 거리로 내몰더니 이제는 진상조사마저 침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리·심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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