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맞추느라.. 나랏빚 10조 '껑충' 내년 예산틀 '흔들'

박병률 기자 2015. 7. 3. 22: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최대 22조원 재정보강.. 실제 시장에 풀릴 돈은 미지수국채로 9조6000억 마련.. 공공기관·민자 '숨은 빚'도 문제SOC 예산도 1조5000억 추가 "허리띠 졸라맨다" 방침 무색

3일 발표된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부양책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3%를 맞추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추경은 11조8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회 승인을 받지 않고 유용해 쓸 수 있는 기금 변경 3조1000억원, 공공기관과 민자에서 끌어오는 2조3000억원, 정부 출연·출자를 통한 금융성 지원을 합치면 규모가 22조원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해야 0.3%포인트 추가 성장을 해 성장률 3.0%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성장률 3.0%에 매달리는 것은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성장률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기업과 국민의 성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도 작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 입장에서 성장률 3.0%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이번 추경은 내년 성장률도 0.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017년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정부 뜻대로 22조원 전액이 시장에 풀릴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추경과 기금 자체 변경을 제외한 공공기관과 민간 투자, 금융성 지원 등은 용처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와 신·기보에 3600억원 출자 및 출연을 통해 4조5000억원의 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목표치에 불과하다.

추경 11조8000억원 중 정부가 추가로 사업을 만들어 돈을 뿌리는 실제 규모는 6조2000억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과 가뭄 극복, 민생 지원 등에 쓰인다. 5조6000억원은 올해 세수입이 부족, 사업 진행이 안될 것을 우려해 추가로 마련하는 세입경정이다. 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을 5조6000억원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추경은 전체의 81%인 9조6000억원을 국채를 찍어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569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던 국가채무는 579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35.7%에서 37.5%로 1.8%포인트 높아진다.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는 46조8000억원(GDP의 3.0%)이 된다. 당초 예측됐던 33조4000억원(GDP의 2.1%)보다 13조4000억원 적자폭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숨어 있는 빚이다. 공공기관과 민자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2조3000억원은 공공기관 빚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도로와 철도 조기완공을 위해 재정을 추가 투입하면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그만큼 돈을 더 써야 한다. 통상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공공기관 반, 정부 반’으로 투자된다.

정부 출연 자금으로 추가 금융성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도 결국은 정부의 빚이 된다. 돈을 빌려간 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손놓고 있긴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세금이 많이 걷혀 재정수지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은 “법인세 인상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경은 기업지원용으로 그칠 뿐 재정만 악화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내년도 예산편성 틀을 흔들었다는 문제점도 있다. 각 지자체에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청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돈을 푼 셈이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SOC이다. 추경에서 SOC 재원은 당초보다 1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규모로 보면 보건·복지·고용의 4조9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추경까지 포함한 올해 SOC예산은 지난해 예산안보다 11조2000억원이나 많아졌다. “공급과잉인 SOC 투자를 점차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무색하게 됐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수 부족 5조6000억원은 다소 낙관적으로 본 것 같다”며 “추경으로 인해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숨어 있는 빚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부채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