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모바일 쇼핑 전성시대 메르스도 열풍 못말려

박수호, 서은내 입력 2015. 7. 3. 10:26 수정 2015. 7. 13. 19: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듣고 있자면 온라인과 모바일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지구와 화성만큼의 거리가 될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예상이다.

이는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메르스 창궐로 급격하게 얼어붙었다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는 곳이 바로 모바일 쇼핑이다. 모 홈쇼핑 업체는 이 분야 대응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수장이 바뀌기도 했다.

어느덧 15조원(올해 예상) 시장으로 훌쩍 커버린 모바일 쇼핑. 이를 둘러싼 유통업 생태계 변화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시름깊은 유통가,엄지족 덕에 주름 편다

시장규모 4년 만에 6천억원서 13조원 ‘상전벽해’ 홈쇼핑·대형마트·백화점도 모바일 시장 각축전

# 20대 직장인 서 모 씨는 ‘드론’을 사달라고 조르는 초등학생 조카를 위해 온라인으로 상품 가격을 검색해 봤다. 꽤 고가일 줄 알았던 드론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구매하면 10만원대, 더 싸게는 6만원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소셜커머스 앱에 접속해 5분 만에 구매를 끝냈다. 해외에서 배송되느라 시일이 좀 걸리긴 했지만, 드론을 받은 조카가 뛸 듯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서 씨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 40대 자영업자 강 모 씨는 최근 한 오픈마켓 모바일 쇼핑 코너에서 순금 골드바 37.5g을 186만원에 구입했다. 이전부터 소규모로 금 투자를 해보려 금거래소 시세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골드바 투자에 정통한 지인으로부터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하게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보증서 등도 똑같이 받을 수 있고 조금도 위험하지 않았다. 간편결제를 이용해 편리하게 구매했다”며 웃었다.

모바일 쇼핑이 일상생활 속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11년에 고작 6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모바일 비중은 80%대에 육박할 정도다. 대형 할인점 등 종전 오프라인 강자 역시 모바일 쇼핑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온라인 마트 내 모바일 매출 비중이 지난 4월부터 50%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김미영 홈플러스 모바일커머스팀장은 “5월 17일(일요일)에는 최고 기록인 54.9%의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모바일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신장했고 모바일 앱(2011년 4월 론칭) 다운로드 고객 수는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모바일 쇼핑은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침대 위 등 시공간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모바일 앱들도 이에 맞춰 단순하면서도 최적화된 제품 사양을 보여주거나 혹은 권유(큐레이션)하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김소정 티켓몬스터 팀장은 “기존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쇼핑은 자신이 미리 살 품목을 정해놓고 검색을 통해 수많은 제품 중 원하는 제품을 찾아내 구매하는 ‘목적형 쇼핑’이 주를 이룬다. 반면 모바일 쇼핑은 ‘오늘은 어떤 상품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부추겨 눈에 띄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충동적으로 사게 하는 ‘발견형 쇼핑’이 주류다. 티몬 등 소셜커머스 앱은 이런 발견형 쇼핑에 맞는 상품의 구색과 진열로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복 구매가 필요한 상품일 경우 모바일 쇼핑이 훨씬 편하다는 것도 모바일 쇼핑 인기의 배경이다.

박희제 옥션 마케팅실 상무는 “쌀, 생수, 기저귀, 분유 등 가정용 소모품은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시간적 부담이 들기 마련인데 모바일로 구매 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가락 움직임 몇 번만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다 보니 이용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쇼핑 방법이 쉬워지다 보니 연령층 역시 다양화됐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강승원 인터파크 쇼핑기획실 파트장은 “모바일 쇼핑 초창기 때는 고객 중 10~20대 초반의 비율이 절대적이었다면 지금은 20대 후반~30대가 대세다. 기존 PC 온라인 쇼핑을 즐기던 이들이 모바일 쇼핑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홈쇼핑의 모바일 구매 유도로 30~40대 이상 비교적 높은 연령대 역시 모바일 쇼핑에 눈뜬 게 시장 성장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볼 수 없는 모바일 최적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도 모바일 쇼핑 성장세를 이끄는 주역이다.

심석 11번가 모바일사업그룹장은 “카페, 뷔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e-쿠폰이 인기를 끌며 11번가 내 베스트 상품 코너 상위에 랭크돼 있다”고 소개했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자 물류업계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빠른 배송을 강조하며 자체 배송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린다.
쿠팡, 배송분야 투자 물류업과 경쟁 모바일 전용 e-쿠폰 거래도 늘어

이에 따라 유통업계 지도 역시 재편되는 분위기다.

전통적인 모바일 강자 소셜커머스를 필두로 오픈마켓과 홈쇼핑도 모바일 시장에서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낸 ‘모바일 쇼핑 확산과 유통산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채널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홈쇼핑이 각각 37%, 32%, 15%를 점한다. 롯데, 신세계처럼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을 보유한 종전 유통 강자들 이름을 여기선 찾아보기 힘들다. 트래픽분석업체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서도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5월 말 기준 모바일 쇼핑 부문 1~3위 업체는 롯데, 신세계그룹 계열이 아니라 G마켓과 11번가, GS샵이 차지했다.

모바일 쇼핑이 주요 채널로 부상하면서 인사에도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CJ오쇼핑의 경우 최근 CEO가 1년 만에 교체됐는데 “상대적으로 모바일 쇼핑 시장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그 배경 아니냐”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하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일상생활에도 점차 변화의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구매 패턴이나 건수가 이전 PC 온라인 주문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현대몰 관계자는 “PC 고객의 경우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는 감소하지만 모바일 고객은 출근시간대, 점심시간대, 퇴근시간대 모두 구매 건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심야인 11시 이후로는 모바일이 PC의 구매 건수를 추월하기도 한다”고 사정을 전달했다.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 생필품, 공산품을 넘어 일반 서비스 역시 모바일 쇼핑 항목 아래 들어오는 분위기다. 숙박업, 택시, 부동산중개, 대리운전, 배달 관련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 업체 외에 IT 업체들도 모바일 쇼핑에 우후죽순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구글은 ‘숍 온 구글(Shop on Google)’ 페이지에서 검색한 제품을 클릭 한 번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 역시 종전 네이버쇼핑 외에 모바일 전용 쇼핑 서비스 ‘샵윈도’를 통해 모바일 검색과 쇼핑을 아우른다. 다음카카오의 다음쇼핑하우, 네이트의 네이트쇼핑 역시 모바일 쇼핑 최적화에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연관 산업 역시 분주하게 돌아간다.

금융업계는 발 빠르게 모바일 쇼핑 시장 성장에 숟가락을 얹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비씨카드는 아예 모바일 전용카드를 만들었다. IT 업체들은 보다 편리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한다.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에 이어 네이버페이까지 가세해 모바일 쇼핑업계에 숟가락 하나 올리려고 분투 중이다.

물류업계 역시 재편 분위기다. 종전 물류 업체 사이를 비집고 모바일 쇼핑 업체들이 직간접 진출을 하고 있어서다. 쿠팡은 지난해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자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에 9만9173㎡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더불어 ‘쿠팡맨’으로 대변되는 직배송 시스템도 만들었다. GS샵은 일찌감치 지난해 4월 모바일 전용 물류센터를 열었다. 모바일에서 평일 오후 6시까지 쇼핑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우재원 GS샵 모바일인터넷사업부 상무는 “GS샵이 비교적 늦게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모바일 전용 물류센터, 독자 상품 소싱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이 분야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자랑한다.

모바일 쇼핑이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모바일 쇼핑=저가’로 대변되는 이미지를 넘어야 하는 건 첫 번째 관문이다. 상품을 한 푼이라도 싸게 구매하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보다 구매력 있는 고객층까지 끌어모으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여전하다. 더불어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넘어야 할 과제다.

수많은 과제에도 불과하고 이 시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다. 특히 앱을 통한 모바일 쇼핑이 관건이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실장은 “모바일 쇼핑객 중에서도 인터넷에서 사이트로 들어와 이용하는 고객과 직접 전용 앱을 내려받은 후 이용하는 고객이 있는데, 앱 고객의 충성도가 현저히 높다. 때문에 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TV 홈쇼핑 고객을 모바일로 유입시키기 위해 독특한 방송 전용 앱 ‘바로TV’를 만들었다. TV 홈쇼핑의 영상과 상품 구성에 더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결제 방식이라는 모바일의 강점을 결합시켰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쇼핑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는 점도 풀어야 할 문제다.

매경이코노미가 엠브레인과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을 같은 채널로 인식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0.3%에 달했다. 둘을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은 사용되는 기기부터 고객의 성향까지 PC 이용 온라인 쇼핑과는 차이가 난다. 앞으로는 모바일 쇼핑이 독자 채널로 부상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바일 분야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대기업들도 모바일 부문을 구분하지 않고 기존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는 형편이다. 모바일의 위세는 확연해질 것이고 그에 맞는 전략을 갖춘 업체가 경쟁력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모바일 쇼핑이 유통업계 최대 성장 채널로 주목받으면서 결국 옴니채널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매장, TV, PC,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이 통합돼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러 유통 채널을 둔 업체들의 경우 모바일로 새 고객이 유입되기보다 기존 고객이 모바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렇게 되면 전체 매출액 증가는 없이 모바일 프로모션 비용만 증가해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채널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옴니채널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 박수호(팀장)·노승욱· 류지민·서은내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4호 (2015.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