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녹조는 가득한데 개선안은 '차일피일'

김도훈 2015. 7. 3.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낙동강엔 녹조가 가득합니다.

2012년이후 4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습니다.

올해, 낙동강 도동서원 구간의 녹조입니다. 강물이 진한 녹색인데다 냄새도 심합니다.

녹조가 국민들이 마시는 식수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에, 정부는 2013년부터 '조류 경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습니다.(3년이 되도록 정식 제도화되지 않은 채 '시범'운영 중입니다.) 낙동강의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 3곳이 조류 경보제 발령 구간입니다. 세 곳은 강물을 취수하는 곳으로 조류에 무척 민감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조류 경보 발령 기준이 엉터리인 탓에, 강물엔 녹조가 번성하고 있는데도 정작 경보는 발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학계 자문을 거쳐 우리 나라 기준에 맞는 새로운 조류 경보 발령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현행 클로로필-a 수치와 남조류 세포 숫자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조류 경보를 발령하던 것을 남조류 세포 숫자만 충족하면 발령하는 것으로 고쳤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2월 3일, 환경부가 배포한 <"조류경보제 개선방안" 대국민 공청회 개최> 보도자료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후 이 기준에 대한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입법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겨울부터 준비를 했으니 본격적인 녹조철인 올해 여름이면 적용이 되겠구나 싶었죠.

하지만 새로운 기준은 6개월이 더 지난 지금도 법제화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환경부 관계자와 통화했을 땐 "5월 중이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최근 다시 통화하니 "7월 중에는 한다"며 말이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법제화를 마치더라도 올해는 새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공들여 새로운 기준을 다 만들어놓고서도 왜 법제화를 안했을까요. 환경부에선 행정적인 처리를 하다보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조류 경보 발령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정안을 낙동강 강정고령보 구간에 적용하면, 이미 6월 15일이나 16일에 '조류경보제 출현알림 단계(주의단계)'가, 같은 달 30일부터는 한 단계 높은 '조류경보제 경보 단계'가 발령됩니다. 하지만 기존 기준에 따르면 30일부터 '출현 알림(주의) 단계'가 발령될 뿐입니다.

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령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개정 기준에 따르면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보름 전부터 조류 경보가 발령된 심각한 상황이지만, 현행 기준에 의하면 녹조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착시가 일어나는 겁니다.

느긋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는 환경부 본부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강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지방환경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현장에 나가 심각한 녹조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을 직접 접하고 있으니 환경부 본부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라고 독촉할 법도 한데요. 정작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지 정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니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침이 내려오면 그대로 할 뿐이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녹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녹조를 저감하겠다며 이것저것 '보도자료'를 내놓겠지만, 그럼에도 지난해처럼, 지지난해처럼 녹조는 날씨가 추워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환경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속이 느려져 호수처럼 변한 강물에선 녹조가 생기는 게 자연스런 섭리니까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의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도훈기자 (kinchy@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