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씨 출고가 인하가 먼저입니다

2015. 7. 2.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미래부·방통위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건의서' 제출

지난 4월 출시한 G4의 판매량 기대에 못 미치자 위기감

판매 부진 원인은 높은 출고가 탓이 더 커

이통 업계들 "내 물건 더 팔려고 시장 규율 깨라는 것" 비판

엘지(LG)전자가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말기 유통법)에서 규정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폐지해달라는 건의서를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가라앉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없애 이통사간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단말기 지원금 지급 경쟁이 벌어지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쪽에서 볼 때, 장사가 잘 안될 때 갖가지 방책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엘지전자의 건의 내용은, 이 업체가 지난 4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지포(G4)'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엘지전자가 지포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원인을 단말기 유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안정화된 탓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낸다. 이런 속내를 드러낸다는 게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상황이 너무 어려우니 무릅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앞뒤가 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살펴볼 때, 스마트폰이 안팔리면 가격(출고가)부터 내리는 게 순서다. 엘지전자 역시 지포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미친다면, 단말기 지원금을 올려달라고 하기에 앞서 82만5000원에 이르는 지포의 출고가부터 내리는 게 옳다. 고가 전략 때문에 출고가를 인하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지포 판매 확대를 위해 제조사 지원금을 늘릴테니, 제조사 지원금은 지원금 상한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건의하는 게 옳다. 이런 선조치 없이 대뜸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없애 이통사간에 지원금 지급 경쟁이 벌어지게 해달라는 것은 '남의 손으로 코 푸는'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계열 이통사인 엘지유플러스(LGU+)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에 반대한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둔화를 단말기 지원금 상한 탓으로 보는 것도 상당부분 억지이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에도 알뜰 소비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용행태를 살펴 요금제를 조정하고, 형편에 맞는 가격대의 단말기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출고가 31만9000원짜리 스마트폰 '갤럭시 그랜드 맥스'의 경우, 지난 1월 출시 이후 줄곧 판매량 순위 5위 안에 들고 있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을 보면, 지난해 1~9월 6%에 머물던 저가(34만5000원 미만)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18%로 증가했다. 고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 원인을 꼽는다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보다 높은 출고가 탓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게 한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은 가입자 차별 및 단말기 과소비 방지 장치 성격이 짙다. 단말기 지원금이 고가의 신상품을 찾아다니는 일부 '메뚜기 소비자'들에게 집중돼 단말기를 잘 관리하며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고, 단말기 유통법으로 투명화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 20%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미래부는 이들 제도 도입 당시 "알뜰 소비와 절약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엘지전자의 건의를 두고 정부와 이통 업계에서 "내 물건 더 팔기 위해 시장의 가치와 규율을 깨라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기업이 고가 아파트 사업을 위해 필요하니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다 풀어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비판이 쏟아지자, 엘지전자는 "삼성전자도 먼저 구두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구두로도 건의한 적이 없고, 건의할 계획도 없다. 엘지전자가 물귀신 작전을 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청와대 '뒤끝작렬'…유승민 이어 정의화도 보기 싫다?박근혜 대통령의 자승자박…'경우의 수'는 더는 없다"여자후배 불러도 되죠?"…알고보니 '성접대'[화보] 누구나 운전은 초보였다…'황당' 교통사고[포토] "나는 LGBT"…커밍아웃한 유명인사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