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사람 냄새가 난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입력 2015. 7. 2. 11:15 수정 2015. 7. 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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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그곳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난다.

산등성이를 따라 촘촘하게 지어진 키 작은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우리 민족 근대사의 아픈 일면을 담은 곳이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이남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팍팍한 산 중턱에 삶의 뿌리를 내리면서 생긴 곳이다.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계단식 집들과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은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산허리를 따라 뚫렸던 길은 '산복도로'라고 불린다.

감천 문화마을에 가려면 부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면 된다.

토성역 6번 출구에서 내려 마을버스(서구1-1, 사하구 2, 2-2)를 갈아타면 마을입구에 도착한다.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길을 거침없이 올라가는 버스 때문에 놀랄 필요는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복도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하나 되기 포토존'이 보이면 마을 입구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마을 주민이 아이디어를 낸 작품으로 사람모양의 조형물 패널에 감천 문화마을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패널 속에 그려진 마을의 그림과 조형 뒤로 보이는 실제 감천문화마을의 집들이 어우러져 '사람과 마을이 하나가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여기서는 사진을 한 장 찍어 두면 좋다.

산등성이를 따라 층층이 지어진 계단식 집을 잘 볼 수 있는 '포인트'기 때문이다.

계단식의 이색적인 집 풍경에 혹자들은 해발 2천400m에 집을 지은 페루의 마추픽추를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산복도로 마을이 이런 계단식 집들이지만 감전 문화마을은 특히 이런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마을을 만든 피란민 중 대부분이 '태극도' 신자였던 덕분이다.

태극도 신자들은 '골목길을 막지 않는다' '뒷집을 막히게 하지 않는다'는 자신들만의 생활 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투어에는 지도가 필수다.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헤매다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나오기 십상이다. 또 코스대로 구경하는 것이 마을 주민들을 배려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집 앞에서 편한 차림으로 나간 주민들이 관광객과 마주치게 될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궁금증 많은 관광객이 코스를 벗어나 주민 생활지역에서 불쑥 창문 등을 열어 방안에 있던 주민들과 눈이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도는 입구 근처 마을안내센터에 있다.

투어는 모두 두 개의 코스가 있다.

사진촬영을 나왔거나 기억에 남을 '셀카'를 찍고 싶다면 '스템프 코스'가 좋다. 만약 감천 문화마을의 방문이 두 번째라면 '공방체험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겠다.

공방체험 코스는 '스템프 코스' 중 몇 개의 주요코스를 예술가들이 있는 공방을 중심으로 추린 코스다.

모두 1시간 반이면 완주가 가능한 코스로 스탬프 코스보다 짧고 주로 내리막으로 구성돼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지도를 구했으면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마을을 걸어보자.

마을 앞쪽에는 옥녀봉이, 뒤쪽에는 천마산이 보인다.

감천문화마을은 천마와 옥녀의 음양이 합쳐진 지역이라고 해서 풍수학적으로도 '길지'라고 한다.

옥녀봉 옆쪽으로 보이는 뻥 뚫린 바다는 부산 감천항이다.

스탬프 코스는 입구에서 조금 들어와 왼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따라 마을 아래쪽까지 내려가면 시작된다.

계단이 끝도 없이 아래로 이어지는데 모두 '189계단'이다.

구불구불 놓여 있는 189계단의 끝 자락에는 '도자기 공방'과 '감내어울터'가 관광객을 반긴다.

특히 감내어울터는 마을에 있었던 '목욕탕'을 고쳐 만든 이색적인 휴식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보존된 욕탕과 샤워장 앞에서 의자를 놓고 쉬는 다른 관광객들과 마주칠 수 있다.

감내어울터 옥상은 또 다른 사진 '포인트'다.

마을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직선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명물 '148계단'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등에서 절로 땀이 나는 것 같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하늘까지 갈 것 같다고 해서 주민들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148계단을 구경이 끝났으면 이제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앞으로의 코스는 오르막이 대부분이다.

189개의 계단을 내려왔으니 오를 길만 남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인생지사.

비탈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면서 마을을 둘러보자.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이 전을 굽다가 식히기 위해 골목 한쪽에 놓아둔 전 바구니와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이는 고양이도 보인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의 소리도 들려 '주민들 생활공간 한복판에 와있구나'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계단을 따라 길을 더 오르다 보면 '빛의 집', '낙서갤러리' '카툰공방' '바람의 집' '현대인의 방' 등 폐가를 활용해 만든 시설이 나온다.

주저하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민들이 만든 작품과 전문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을 두루 볼 수 있다.

또 생태공예 공방, 서양화 공방, 천연염색 공방 등도 골목 곳곳에 있으니 이정표를 눈여겨보자.

조금 더 걸으면 잠시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잡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감천항이 보이는 '바다 포토존'과 등대모양 건물에서 사진을 찍는 '등대 포토존', 감천문화마을의 최고 인기 포토존인 '어린 왕자 포토존'이 연이어 나온다.

여우 한 마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있는 어린 왕자와 사진을 찍으려면 평일에 가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동화속에서 여우와 친구되는 법을 보여준 어린왕자는 관광객들에게 '이제 감천문화마을과 친구가 됐느냐'고 묻는 듯하다.

연이은 포토존을 지나면 맛집과 아트숍, 사진갤러리가 죽 늘어서 있는 곳이 나온다.

투어의 마지막이다.

여기에는 감천문화마을이 잘 내려다보이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많으니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자.

아직 체력이 남아있다면 커피 대신 하늘 마루 전망대를 올라가거나 주민들이 자신들이 예전에 사용했던 물품을 기증해 만든 '작은 박물관'에 가는 것도 좋다.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더 자세한 문의를 하고 싶거나, 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코스를 둘러보고 싶다면 (사)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 291-1444)로 연락하면 된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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