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성노예 피해' 딸들 감싸안은 야지디족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국가'(IS)의 손아귀에서 3월 겨우 벗어난 21세의 야지디족 여성 자헤르(가명)는 탈출 직후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자헤르는 "깨끗해지고 싶다"고만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IS에 납치돼 반년 넘게 이른바 '성노예'로 살아야 했다. 성폭행과 인신매매, 강제결혼으로 이어진 지난 몇 달은 차라리 죽느니만 못했다.
가까스로 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다.
야지디족은 수천년간 이라크 북부 신자르산 부근에서 단일 혈연·종교 공동체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외부의 침입을 결속력으로 견뎌온 이런 소수부족일수록 내부의 평판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야지디족은 혈통의 순수성뿐 아니라 종교성도 고양된 부족이다.
이슬람교 사회에 둘러싸여 지낸 그들의 역사는 개종을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IS는 납치한 야지디족 여성에 성범죄를 저질렀고, 목숨을 위협해 극단적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했다.
자헤르가 '지옥'에서 탈출하고 나서도 기쁨보다는 또 다른 두려움에 휩싸인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성적 수치감에 종교를 버렸다는 죄책감은 자헤르를 더욱 짓눌렀다. 그는 가족도 만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야지디족은 돌아온 '딸들'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끌어 안았다.
야지디족을 도와 온 이라크 활동가 키드헤르 돔리는 IS가 5천200여명의 야지디족을 납치했다고 추산했다. 지금까지 돌아온 2천명 가운데 700명 정도가 여성으로 이들 대부분이 IS에 성노예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야지디족의 성노예 사건은 IS 사태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야지디족을 돕는 활동가 키드헤르 돔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지디의 교황' 얘기를 꺼냈다.
바바 셰이크라고 불리는 야지디족의 정신적 지주는 모든 부족민에게 "돌아온 딸들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라"는 특별한 종교적 칙령을 내렸다.
야지디족 종교지도자들은 돌아온 부족 여성들에게 세례를 주고 개종을 용서했다.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 지냈던 돔리는 "수천년의 야지디족 역사에서 개종을 용서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야지디족은 폭력을 반대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종교적 전통이 있다"면서 "처음엔 비공식적으로 세례를 주다 피해 여성이 많아지면서 문서로 강제개종은 용서한다는 칙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야지디족 지도자들은 국제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일부 여성은 독일로 치료를 보내기도 했다.
돔리는 "부족민의 노력에도 정신적·육체적인 상처가 완전히 가실수는 없지만 야지디족은 돌아온 딸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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