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청소년 행사에 "대학생은 교복 입고 와라" 논란

2015. 6. 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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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안전센터 현판식 황당 퍼포먼스… "청소년 참여 보여주려 했을 뿐, 악의적 과장"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여성가족부가 산하 기관의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에게 교복을 입으라고 요청해 인권침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월 8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사장 김선동)은 청소년활동안전센터를 열면서 개소식 행사인 현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여했는데 현판식에서 김희정 장관 양 옆에 서 있었던 교복을 입은 남녀학생이 대학생이라는 것이다.

한 포털에서는 "대학생이 왜 교복을 입었을까. 엄연한 대학생에게 교복을 입혀 장관 양 옆에서 사진을 찍게 하는 것을 넘어 책임부인 및 책임전가, 거짓보고, 입막음까지 시도하며 해당 청소년의 인권을 처참히 짓밟은 여성가족부의 만행을 고발하며, 여성가족부 김희정 장관의 공식사과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A씨는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과에서 담당하는 청소년특별회의가 지난해 특별회의 의장과 부의장을 지낸 남녀 대학생을 행사 청소년 대표로 추천했고, 교복을 입고 오라는 '황당한'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요청을 받은 대학생 중 한명은 행사 당일까지 교복을 착용하라는 영문을 모르고 사복을 챙겨간 뒤 담당자에게 교복 착용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고 한다.

A씨는 "여가부는 왜 청소년 관련 행사에 청소년들이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교복입은 모습이 가장 학생다워보여서 장관과 국회의원 등 내빈들이 찍는 사진에 가장 어울리는 복장이라서 그런건가"라며 "앞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한다 홍보하고, 뒤에서는 대학생에게 교복을 입히면서까지 '청소년=교복입은 학생'을 강조하는 있는 여가부의 이중잣대. 이런 여성가족부를 보며 전국의 28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과연 여가부의 학교 밖 청소년 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대학생 교복 착용이 논란이 일면서 여성가족부도 사실파악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문제가 접수돼 해당 학생의 서면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소년특별회의 측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 교복 착용 요청에 대해 '기분이 나빴느냐'라고 물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국회 유승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도 해당 문제를 접수하고 담당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권유했다.

▲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안전센터 현판식 행사를 유투브에 올린 영상. 김희정 장관 양 옆으로 남녀 대학생이 교복을 착용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와 청소년특별회의는 교복 착용 요청 취지를 당사자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문제를 삼지 않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소년특별회의 사무국 관계자는 "당시 행사에 참석한 청소년 10명 중 6명이 교복을 입었고 4명이 사복을 입었는데 6명 중 대학생 2명이 교복을 입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센터 개막실에 청소년 참여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사진촬영이 있었는데 교복 입는 것을 제안했고 본인들도 인정을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교복을 가져오라고 할 때 행사취지가 설명이 됐다. 아무 것도 모르고 교복을 가져왔을리 없다"며 "안전 문제를 가지고 장관이 참석했는데 특별한 케이스로 개막식 자리를 화려하게 해보자는 퍼포먼스였다"고 강조했다.

청소년특별회의는 국가인권위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받아 당사자들에게 서면 답변을 받았는데 당사자도 강요가 아니고 이번 일로 논란이 되기 싫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여성가족부 담당 사무관도 기분이 나쁘다면 사과한다는 표현도 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이 악의적으로 과장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사자들의 기분과 별개로 청소년 육성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 대학생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있다면 사과하고 넘어갈 일인데 문제제기하니까 자발적으로 입었다느니, 안전센터 쪽에서 요청했으니 들어준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장관한테까지 사전 안내를 했다고 하면서 대학생이 부당함을 느껴도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학생 중 한명은 어떤 이유로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이유를 물었고 부당함을 느껴 지역신문에까지 알릴까라는 얘기도 했었다"며 "이번 일은 청소년특별회의에서 청소년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용하면서 생겨난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특별회의는 참여정부의 공약에 따라 출범해 1년에 한번 본회의를 열어 한가지 주제의 청소년 정책을 제안해왔는데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자율적인 정책 제안을 왜곡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5월 청소년특별회의에 속한 200여명의 청소년들이 투표를 통해 '청소년 참여와 권익'을 주제로 정책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 문제가 이슈가 떠올라 2위 주제로 뽑힌 안전 문제를 앞세워 정책 의제명을 '안전한 미래, 청소년들의 권리와 참여'로 정하고 이후 정책 제안이 안전에 포커스로 맞춰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청소년특별회의의 활동에 자율성이 보장됐는데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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