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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고발…언론사 감시 기능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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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분별한 고발…언론사 감시 기능 옥죈다

    '언론사 고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사례 1. MBC를 출입했던 전 <미디어오늘> J기자는 약속 없이 보도국장실을 방문,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시 김장겸 보도국장이 퇴거를 요구했다. J기자는 김 보도국장의 반응에 항의하며 2분가량 머물렀다. MBC는 현주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J기자를 형사고소했다. 검찰은 해당 혐의가 아닌, 고소 내용에도 없던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했다. J기자는 지난 5월 벌금 100만 원 형을 확정받았다.

    #사례 2. <미디어오늘> 전 편집국장인 M기자도 지난 5월 MBC 김장겸 보도국장의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M기자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빌게이츠 사망 오보를 낸 당사자이며, 김 국장 취임 후 검찰 출입 기자가 전원 시용기자라고 말했다. 시용기자 부분은 추후 <미디어오늘> 취재로 전원이 아님이 밝혀졌다. 당시에는 전원이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어 밝힌 건데, 재판부는 ‘추측 내지 허위사실을 통해 김 국장을 비방한 사실이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례 3. 지난 2012년 10월 故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주식(전체의 30%)의 매각방식 및 그 활용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밀회동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던 <한겨레> C기자. 그는 최 이사장이 전화를 끊지 않아 듣게 된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그에게 도청 의혹을 제기했고, 그를 서울 남부지법에 고발했다. 2심 재판부는 C기자에게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사례 4. 인터넷 매체 <신문고뉴스> L기자는 ‘일베’에게 악플을 받은 몇 명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그러자 검찰은 L기자가 알선 수수료를 받았다는 혐의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자택과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개인 비리 혐의인데, L기자의 노트북뿐 아니라, 편집위원장의 노트북, 다른 기자에게 온 미개봉 택배까지 검사했다. 또 L기자의 노트북에서 변호사법과 전혀 관계없는 ‘세월호’ 키워드를 입력하며 자료를 검색했다.


     

    2008년 MB정부부터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언론사 고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고소고발로 인한 영향과 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유승희 위원장)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는 앞서 소개한 4개 사례뿐 아니라 더 많은 사례들이 언급됐다.

    ◇ 고소·고발이라는 ‘겁박’에 언론은 자체 검열

    이날 사례 발표에 나선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미디어를 담당하는 팀 대부분이 소송에 걸렸을 정도”라면서 “틀린 팩트로 아니고, 정당한 매체 비평을 하더라도 이에 대해 반론을 하는 게 아니라 소송으로 끌고간다”며 ‘소송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직 기자 2명을 제외하고도 현직 기자 6명이 소송을 당한 상황인데, 이 중 5건이 MBC로부터, 1건이 KBS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그는 "기자들이 위축되지 않으려 하지만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또 이 편집장은 “취재에 응하지도 않고, 반론권을 줘도 불응하면서 법적 절자를 밟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라면서 “권력, 자본, 사회의 비리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 문을 닫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겨레>가 소송당한 6건의 사례를 발표한 최성진 기자(그는 사례2에 언급된 C기자이다)는 “소송을 치르다 보면 반드시 손해는 아닌 것 같다. 의도치 않은 경험도 쌓인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오히려 문제는 고소한다고 (겁박)해 놓고 고소하지 않는 경우”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 3달 전에 청해진 해운 선박 불법 개조에 대한 글이 청와대 신문고 게시판에 올라왔던 것을 기사화한 적이 있는데, 이 기사를 몇몇 인터넷 언론이 받아썼다”면서 “당시 <한겨레>뿐 아니라 기사를 받아쓴 언론들이 청와대로부터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받아썼던 대부분 언론이 기사를 내렸는데, 한 달 뒤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확인을 요청해 보니 청와대는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는 치졸한 협박이자 겁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비판 보도에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언론사들이 기사를 쓰지 못하게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며 “고소고발 건보다 협박하고 잊히는 권력의 행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문고뉴스> 이계덕 기자는 “주류 언론이 아닌 대안 매체는 벌금을 받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취약하다”며 “때문에 가급적 송사에 안 휘둘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업을 비판하면 기업은 일단 변호사를 선임하고, 성소수자문제 쓰면 종교계로부터 수백 통의 항의 전화를 받는다. 때문에 편집장이 기사를 삭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개인 비용 들었어도 소송을 남발할까”

    최정학 교수(방통대)는 “국가 기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소송을 벌이는 일이나, 거대 언론사가 소규모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벌리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치인과 같은 공인의 명예훼손 소송과 일반인의 명예훼손 소송 승소 비율이나 손해배상 금액 비율을 보면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며,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고 비꼬았다.

    강병국 변호사는 “MBC가 수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게 과연 대표이사 개인 돈이겠느냐”며 “법률 대리인을 고용하면 본인이 고소장을 쓸 것도, 고소인 진술을 할 것도 없다. 법률 대리인에게 나가는 보수가 법인 돈이기에 남발이 가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공영방송을 포함해 공공기관을 감사할 때 쓸데없이 쓴 소송비용을 확인하고 지적해,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역시 “공영언론 사장이 소송에 자기 돈이 들어가면 과연 그렇게 (무분별하게) 할까”라며, “(자신을 비평하는 언론에 대해) 얄밉고 귀찮으니 몇 번 소송 걸면 (앞으로 보도) 못하겠지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언론사가 소송을 하는 것은 결국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고, 내 의견이 질식당한다는 것을 시민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 쓴 칼럼 때문에 KBS로부터 1억 원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원용진 교수(서강대) 또한 “의회에서 공영방송의 무분별한 고소고발 남용을 막고, 개인 돈으로 하게끔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현종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은 언론을 향해 “정권에 의해 언론이 장악된 상황에서 감수해야 할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우리(언론)는 우리 사명을 하겠다는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우니 언론노조라는 단체를 이용해 적극 방어할 수 있도록 언론인 전체가 똘똘 뭉쳐야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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