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책방]① "치맥보다 북맥" 상암동 '북바이북'

이태윤 인턴기자 2015. 6.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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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지면 안 되는데."(상암동 주민 김은영씨)

"요즘 책을 많이 못 보는데 서점에서 책 표지랑 디자인만 봐도,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뿌듯한 느낌."(책방 바로 윗층에 사는 고객 김소연씨)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 출구를 나와 그대로 조금 걷다가 '대가쭈꾸미' 집을 끼고 왼쪽으로 꺾어 500미터 정도 들어간다. 음식점과 술집이 빼곡이 늘어선 마포구 상암동의 한 골목, 뜬금없이 서점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상호는 '북바이북'.

국내 최초 '소설 전문 서점'이다. 창업주는 김진아(39), 김진양(35) 자매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신음이 더 깊어가는 요즘, 동네 서점들도 울상인데 이 7평짜리 동네 서점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 2017개였던 66㎡(20평) 이하 서점은 지난 10년 사이 887개로 57% 감소했다. 하지만 이 자매의 서점은 창업 2년 만에 분점까지 냈다. 20평 넓이의 2호점은 국내 최초의 '술 파는 서점'이란다.

1호점은 책 진열 방법부터 독특하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책장마다 '책장꼬리'를 붙였다. 분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 서점 여행' '글빨 땡기는 날'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경제, 잘 몰라도 상관 없어' '이 작가 홀릭(holic) 중, 마스다 미리' 등 책장꼬리의 이름부터 통통 튄다. A-경영, B-인문 등 딱딱한 대형 서점의 분류법과는 다르다. 대중의 관심, 주인장의 관심을 조합한 센스 넘치는 분류법이다.

튀는 점은 또 있다. 진열된 책마다 단정하게 코팅된 하얀 종이를 물고 있다. 책에 대한 여러 사람의 감상이 손글씨로, 혹은 그림으로 빼곡하게 적힌 '책꼬리'다.

책꼬리는 진아, 진양씨가 서점을 열 때부터 창안한 독특한 서평 문화다. 책을 읽은 독자가 마음가는 대로 작성한다. 좋았던 구절을 적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놓기도 한다.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에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로 보낸 엽서 같기도 하고, '이 책에 다녀갔다'고 하는 방명록 같기도 하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고 도움을 받듯 여기에서 책을 고를 땐 '책꼬리'를 읽어보면 된다. 책꼬리를 작성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책은 매장에서 정가로 파는 게 원칙이다.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책은 택배로 배송하기도 한다. 배송료는 따로 받는다.

책값은 전부 정가로 받는다. 대신 구매한 책을 다시 가져오면 정가의 80%만큼의 포인트를 주고 되사준다. 손님들은 그 포인트로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책 두 권을 사도 커피 한 잔이 무료다.

1호점보다 조금 넓은 2호점으로 가면 커피 뿐만 아니라 술도 판다. 크림생맥주는 2800원, 더치맥주 4800원, 하우스와인 4800원, 보드카 6500원이다.

앱을 통해 이 곳을 찾아왔다는 장지우(30, 잠실)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책맥'과 함께 서점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장씨는 "보통 홍대의 작은 책방을 찾아 다니곤 했는데, 이 곳의 느낌이 더 독특하다"고 했다.

책방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도 진행한다. 저자와의 만남, 미니콘서트, 창업특강, 드로잉 강좌까지 종류도 많다. 동네 '문화센터'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서점에 흐르는 음악은 동생 진양씨의 취향이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진양씨는 "서점과 음악은 뗄 수없는 관계"라고 했다.

단골도 많지만 인터넷이나 '빙글'과 같은 정보소개 앱을 보고 찾아오는 데이트족도 많다. 지나가다가 서점을 발견하고 우연히 들어오는 손님도 종종 있다.

◆김진양 대표 "직장인 위한 동네 '책맥'문화가 꿈"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불황이라는 서점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이전 직장 포털(다음)에서도 콘텐츠 사업을 했었다. 언니는 11년 일했고 나는 5년정도 일했다. 책은 콘텐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불황 시장에 뛰어든다기보다 온라인에서 했던 콘텐츠 사업을 오프라인에서 해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출판업계가 불황이란 소리는 들었지만 우리는 포털이나 온라인에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불황, 시장 상황 이런 거는 개의치 않고 시작했다.

-국내 최초 술 파는 서점이라는 컨셉이 독특하다. 일본 서점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던데?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낙이 별로 없다. 그래서 집에 갈 때 맥주 한 캔씩 사서 들어가고 그런다. 언니와 나도 술은 많이 못 마시지만 맥주 한 잔 마시는 그 느낌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맥주 파는 서점, 술 파는 서점은 어떨까 하고 주변 선배들이나 출판 쪽에 있는 선배들한테 자문했더니, 일본에 그런 서점이 있으니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창업 전에 한 번, 문 열고 한 번 일본으로 서점 투어를 갔다. 20군데 정도씩 빡세게 다녔다. 그 때 Book & Beer도 한번 가봤다. 딱 우리가 생각했던 형태의 서점이었다. 막상 보니 생각보다 서비스가 복잡하지 않고 간편하더라. 그런거 보고 할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근데 1호점 열 때는 이미 책 선정이나 전시도 신경을 써야 하고 술까지 하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1호점에서는 술은 못하고 카페만 하다가 2호점 오픈하면서 술을 같이 했다.

-창업 2년 만에 2호점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가장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들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느낌들은 알았다.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도 거리감이 없다. 지금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까지 운영하면서 조금 더 (북바이북을) 빨리 전파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프라인만 했다면 아마 안 됐을 거다.

오늘도 부산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인'이라는 책이 품절 됐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곳만 재고가 있다고 했다. 중고책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놓으면 몇몇 볼펜이나 이런 것과 묶어서 보내주는 서비스도 인기가 많다.

-창업 특강부터 미니콘서트까지 책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이벤트도 많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섭외나 선정은 어떤 식으로 하나?

기준은 일단 책이 많이 판매 된 순위로 했다. 창업 서적, 글쓰기, 드로잉 뭐 이런 분야가 판매가 잘 됐다. 아니면 심리학 책. 오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됐던 책들 중에서 우리도 좋아하고 도움이 됐던 책들.

시작 단계에서는 공을 많이 들였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으니까 출판사 대표들한테 연락해서 계속 건의했다. 작년 11월 말에 강연을 시작했는데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를 쓴 정은영 대표님이 처음으로 해주셨다. 그 이후는 출판사에서 흔쾌히 응해줬다.

음악 같은 경우는 북콘서트해주신 김경 작가('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와 기존 단골 손님이었던 재즈 뮤지션(박근쌀롱)을 우리가 연결했다. 북콘서트와 음악 공연을 함께 했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미니 콘서트까지 이어졌다. 하다 보니 책이랑 꼭 안 엮여도 되겠더라. 우리가 음반 판매도 하고 있으니까.

서점을 해보니까 오히려 음악이랑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책을 읽을 때 좋은 음악이 흘러나와야 집중이 잘 되니까. 나도 음악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음반도 판매하게 되고 그러면서 콘서트까지 이어졌다. 반응도 엄청 좋다.

-한국의 '동네 서점'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영 철학 같은 게 있다면?

거창한 건 아니고 해보니까 '가까워야' 한다. 이 곳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독특하고 술도 팔고 이래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네 가까운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옛날 서점하면 할아버지들이 교과서, 문제집 이런 거 쌓아 놓고 파는 이미지를 생각하다가 새로운, 젊은 사람이 하니까 반가울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가까운 거다. 집 근처, 회사 근처에 있다는 점.

또 동네 서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냥 문화 장소로서 서점을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이런 데를 좋아하는 거 보면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것 같지는 않다. 서점들이 조금 바뀌면, 책을 접하기 편하고 쉽고 딱딱하지 않은 이런 공간으로 변하면 사람들이 책을 더 좋아할 것 같다. 그래서 동네서점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하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다면?

뮤직페스티벌을 열고 싶다. 내가 뮤직페스티벌을 굉장히 좋아한다. 예전에는 많이 다녔는데 여기 메여 있으니까 잘 못 갔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 그렇게 하다 보니 미니 콘서트도 한 거고 나중에는 에피톤 프로젝트 같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분들에게도 뜻이 전해질 수 있으니까.(웃음)

지금까지 책방에서 공연하신 재즈 뮤지션도 다 유명한 분들이다. 앞으로는 '골목 페스타'처럼 크게 해보고 싶다. '동네 뮤직페스티벌' 어떤가. 이제껏 공연 해주신 뮤지션 라인업으로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저트 사업도 관심이 많다. 지금 문학동네에서 하는 카페 꼼마도 있고, 위즈덤하우스에서도 디저트 사업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디저트 쪽으로 같이 뭐가 됐든 해보고 싶다. 작게. 요리책도 요새 워낙 많이 나오고 요리, 먹방이 뜨니까.

지역과 함께하는 일은 마포구에서 아무래도 우리한테 관심이 있다. 홍대 책 거리 조성하는 담당자 분이 오셔서 조언을 구한 적도 있다. 동네 페스티벌은 되게 촌스럽고 볼 거 없고 그런 편견이 있는데, (우리가) 도와 드려서 책 거리도 활성화하고 지역과의 문화 콘텐츠 협업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웃음)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래서 재밌다. 힘들어도 재밌다.

-서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단순히 책과 카페 이런데 로망이 있어서 하면 안된다. 북카페가 좋아하는 음악 틀고 한산하게 있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책이란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때도 잘 타고, 먼지도 많이 붙고. 신간이 끊임없이 나와서 계속 봐야 하고, 무게도 많이 나간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어렵다.

나는 사실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콘텐츠를 좋아한다. 음악 콘텐츠, 요리 콘텐츠 등등. 콘텐츠라는 분야에 좀 흥미 있는 분들이 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북카페, 책이 있어서 좋다, 하는 사람은 운영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주변 사람들한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꿈을 이룬 거다. 내가 어쩌다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인생을 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아무튼 나도 시작할 때는 두려웠다. 처음이고, 그 동안 벌었던 돈 다 쏟아부었고. 그래도 재미있게 하다보니, 지금은 정말 좋다.

◆북바이북만의 특징

책꼬리

진열된 책 사이에 책갈피처럼 꽂혀있는 게 바로 '책꼬리'다. 책꼬리는 일종의 추천평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 추천평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단골이 없어서 자매가 적어 놓았는데 이제 참여하는 손님이 많아 자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북바이북에선 '책꼬리'가 책 판매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책꼬리가 있는 책이 더 잘 팔리고, 안 팔리던 책도 책꼬리가 달린 뒤엔 팔리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감상문만 적는 게 아니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적거나,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넣는 사람도 있다. 책꼬리를 작성하는 손님에겐 아메리카노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독서카드

고객들의 독서 목록을 적어 모아 놓은 카드다. 가게 한구석 주머니에 모아두고 누구나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50여 명의 단골 손님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약간의 경쟁심을 부추겨 서로 더 열심히 책을 읽게 되는 효과도 있다. 서점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책 선호도 파악이나 경향 파악이 가능해서 좋다고 한다. 독서카드를 작성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책 판매 시스템

책은 매장 판매가 원칙이다. 그러나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책을 택배로 배송해준다. 배송료는 유료다. 책값은 전부 정가다. 대신 구매한 책을 다시 가져오면 정가의 80%만큼의 포인트를 주고 다시 매입한다. 손님들은 그 포인트로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책 두 권을 사도 아메리카노 한 잔이 무료다.

◆손님의 '우리 책방 자랑'

"회사가 서점과 가까워서 자주 찾는다. 특히 배송이 하루만에 와서 좋다. 여섯 시 전에 주문하면 필요한 책을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김송희(24세, 여, 상암동으로 출퇴근)

"보통 홍대에 동네서점을 다니는데 이곳이 더 컨셉이 독특해서 일부러 찾아왔다. 책을 선정해 놓은 방식이 색다르고 좋다. 주인분이 센스가 있는 것 같다. 음악도 특히 좋다."

/장지우 (30살, 여, 잠실)

"1호점만 있을 때부터 다녔다. 책을 주문해서 보기 편하다. 인터넷에서 시켜서 받아보는 것보다 서점에 와서 책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다. 또 대형 서점이나 다른 서점은 가면 참고서, 실용서가 많아서 좀 거부감이 드는데 이 곳은 신선해서 좋다."

/김은영(44살, 여, 상암동)

"2호점(본점) 바로 위층이 우리 집이다. 집 아래 서점이 있다는 게 좀 자부심이 든다. 사실 요즘 책을 많이 못 읽는데 여기서 디자인이나 표지만 봐도 뿌듯하다."

/김소연(39세, 여, 상암동)

◆북바이북

주소 1호점(소설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8-11번지 1층

2호점(본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20-10번지, 리안 1층

전화 02-308-0831

이메일 bookbybook@bookbybook.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MCBYB

영업시간 평일 오전11시 ~ 오후11시, 주말 오후12시 ~ 오후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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