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사' 오보 YTN, '세월호' 잊었나

하성태 2015. 6.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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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삼성서울병원의사 뇌사, 사망 오보.. 망각이 본질?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35번 환자(남, 38세)가 뇌사 상태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현재 호흡 곤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님을 주치의를 통해 확인.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환자의 가족을 포함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한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함."

보건복지부가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해명 자료를 내놨다. 11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마도, 심히 유감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한국일보>가 이날 오후 6시 33분경 '[단독]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란 기사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오보 릴레이가 이어졌다.

뇌사와 사망으로 '35번 환자' 생사 판가름한 <한국일보>와 YTN

 '메르스 의사' 오보를 낸 YTN 뉴스 화면.
ⓒ YTN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메르스 35번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서울시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1일 박씨는 뇌 활동이 모두 정지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가족들이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12일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반박과 타 매체들의 서울대병원 측 확인이 이어지면서 <한국일보>는 오후 11시경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뇌 손상" 위중'이란 수정기사와 함께 사과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본지는 앞서 박씨의 상황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 '뇌사 상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으나 의료팀이 뇌사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만큼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뇌사'라는 표현으로 가족과 독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보강 취재를 통해 '뇌사'를 '뇌 손상 위중'으로 제목을 변경하고 35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오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확인사살은 YTN의 몫이었다. YTN은 뒤이은 오후 8시 32분경,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이란 자막을 뉴스 중간 내보냈다. 이어 기사를 통해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늘 오후부터 뇌 활동이 사실상 정지해 있다 오늘 저녁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YTN 보도는 20여 분만인 오후 9시 직전 포털과 YTN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의사 사망 아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35번 환자 박아무개씨가 사망했다는 소식 조금 전 전해드렸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YTN의 오보에 낚인 몇몇 매체들이 '사망' 소식을 받아썼고, 온라인 SNS에서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애도와 정정과 같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한 매체의 경우 자신들이 받아 쓴 기사 이후 매체 실명을 거론하며 '오보' 정황을 스스로 기사화하는 촌극을 벌였다.

그 와중에, JTBC <뉴스룸>은 오후 9시경 생방송 중이던 2부 시작에서 이 오보 상황을 발 빠르게 다뤘다. '메르스 의사'가 지속적으로 포털 검색어 1위를 달리던 시점이었다. <뉴스룸>은 현장 취재 연결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8살 박모씨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현재 계속해서 사망 오보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실제 이런 보도가 나올 정도로 위중한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요약했다. 꽤나 일목요연하다.

"저희가 1부에서 삼성서울병원 의사, 그러니까 35번 환자가 뇌사 상태라는 보도가 일부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면서 확인을 해봤더니 '뇌사 상태는 아니다, 다만 의식불명이다'라는 내용으로 확인이 돼서 그걸 전해드렸는데, 그 이후에 다시 일부 언론에 의해서 속보로 이 환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급히 다시 좀 확인해봤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천만다행이죠. 다만 상태는 위중한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추가로 들어온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쯤에서 각인해야 할 '천재소녀' 오보 사태

자, 요약해 보자. <한국일보>의 '뇌사' 보도에 이은 YTN의 '사망' 속보. 그 사이 '낚인' 몇몇 매체들에 의한 포털 장악과 SNS의 설왕설래, 그리고 이어진 '오보' 관련 질타 기사들. JTBC가 할 수 있는 팩트 체크를 YTN은 왜 하지 않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가'와 '하지 않는가'의 차이다.

YTN의 경우를 놓고 보면 선명해진다. 일단 자막으로 시선을 확 잡아끌고, 포털에 "[단독], 상세한 기사 이어짐'으로 포털 사용자를 '낚는' 제목 장사가 일반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 말이다. 자, 그렇다고 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사망'과 '사망 아니다'라는 몇 글자 차이로 죽이고, 살리고 해서야 쓰겠는가.

'뇌사'와 '뇌 손상' 사이에서 팩트를 확인했던 <한국일보>는 차치하고라도, 과감하게도 '사망'이라 단정하는 YTN의 행태는 어찌할 텐가. 과연 이걸 두고, 방송이 할 수 있는 기민함(?)으로 국민들을 더 큰 혼란으로 빠트리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안도해야 할까. 이미 크나큰 놀라움과 피로감을 안겨준 이 속보 아니 오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쯤에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오보 사태는 일단 접어두자. 최근 한국 미디어가 확인해 준 또다른 '오보 릴레이'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근 매체들이 앞다퉈 화제로 다뤘던 '천재수학소녀' 오보 말이다. 11일 이 소녀의 아버지가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해명과 사죄의 글을 보내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형국이다.

이슈 경쟁은 언론의 '성질'이지만 '본질'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뉴스로 방송과 일간지, 온라인 매체 모두에서 화제가 됐던 김정윤양의 입학 사실이 거짓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체들은 둘로 나뉘었다.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느냐 안 했느냐.

흥미로운 점은 <미주중앙일보>로부터 시작된 이 오보 사태의 사실 확인이 누리꾼과 SNS를 통해서 촉발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2일 김양의 입학 사실이 다시 보도된 이후 매체들은 띄어주기에 바빴다. 심지어 CBS 라디오는 김양과 직접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팩트를 확인한 언론이 지난 10일 검증 기사를 내보낸 <경향신문>이 유일했다는 점은 '웃프'기까지 하다.

심지어 특파원들이 주재하는 주요 일간지마저 사실 확인에 게을리 했다는 점은 통탄할 일이다. <미주중앙일보> 객원기자가 '오보'를 인정한 후 조중동을 비롯한 일간지가 사과를 내보내고 '오보' 자체가 기사화되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천재소녀' 논란이 아버지의 사과를 통해 재조명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역시 두고두고 회자될 성질의 오보 사태이기 때문이다.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언론의 '성질'일 수 있으나 '본질'일 수 없다. '소녀'와 '미 명문대 동시 입학' 등 우리 언론이 애정(?)을 기울일 만한 화제이기는 했으나, 사실 검증없이 인용하고 장사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하나도 바뀐 게 없어 보인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와 말이다. '메르스 의사' 오보 역시 마찬가지다. '기레기'라는 용어까지 탄생시킨 현 매체 지형도 속에서 빈 검증의 속도전이 과연 멈춰질 수 있을까.

YTN이 '사망' 오보를 낸 이후 SNS를 통해 "사망선고는 의사가 내리는 것이지 뉴스가 하는 게 아니다"란 미드 <뉴스룸>의 명대사가 회자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승객 전원 구출'이란 역대 최고의 오보를 기억한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살렸던 일부 언론과 이를 받아적은 다수 매체들에게 국민들은 '기레기'란 이름을 안겨줬다. 거기에 고통받았던 이들의 상처도 아무려면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나온 '메르스 의사 사망' 오보는 분노마저 자아낸다. 과연, 성질만 있고 본질은 잊어버린 '기레기'들에게 자성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설마, 겨우 자막 세 단어로 생사를 가리는 자의 오만함이 본질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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