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더 북한 같은'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입력 2015. 6. 11. 05:31 수정 2015. 6. 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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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위 "가족도 못 믿는 전체주의 사회..청년들은 징집돼 강제노동" "한국 건설사에서 일했다"는 징집병 증언도

유엔인권위 "가족도 못 믿는 전체주의 사회…청년들은 징집돼 강제노동"

"한국 건설사에서 일했다"는 징집병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지난 4월 공개한 '세계 10대 언론통제 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제치고 최고 통제국가로 선정된 아프리카 동부 홍해 연안의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린다.

유엔인권위원회(UNHRC)는 북한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유엔인권위 결의에 따라 에리트레아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인권유린 실태에 관한 조사를 벌여 지난 8일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고문, 실종, 무단 처형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나라의 음울한 풍경을 40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상세히 묘사했다.

이런 현실에서 에리트레아 국민들은 매달 약 5천명이 국경에서 발각되는 즉시 사살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 수단이나 에티오피아로, 멀리는 리비아를 통해 유럽으로 탈출하고 있다.

지난 10월 현재 수단과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에리트레아 난민만 20만명. 이들을 포함해 에리트레아를 탈출한 난민은 총 35만7천명으로 추산되는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 에리트레아 총인구의 6~10%에 이르는 규모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2013년 에리트레아 보고서에선 매달 1천500명이 탈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던 것을 보면, 탈출 난민이 최근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공군 조종사 2명이 에리트레아 대통령 전용기를 몰고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했을 정도다.

에리트레아의 이런 모습에 대해선 이미 지난 2009년 '하벤 박사(Dr. Haben)'라는 인물이 '에리트레아, 아프리카의 북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세계를 향해 경고했다.

그는 전체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에리트레아인들의 온라인 공동체(eritrea.asmarino.com)에 올린 2009년 4월19일자 글에서 "나는 이미 7년전에 에리트레아가 '형성중인 북한'이기 때문에 조만간 에리트레아의 문이 완전히 닫힐 것이라고 예언했었다"면서 에리트레아와 북한간 유사점들을 열거했다.

그는 에리트레아가 1990년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뒤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벌이고 에티오피아와의 이러한 관계를 정치사회 통제의 구실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에리트레아와 북한의 유사점을 비교했다.

20여년간 선거도 없이 일당독재를 하고 있는 집권세력이 '건설과 국방'을 내세워 군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책을 본뜬 것이고, 이사야스 애프워크 대통령이 `민주정의인민전선(PFDJ) 사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 책을 읽고 따라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다만 민주정의인민전선이라는 집권당 명은 한국의 민주정의당을 더 닮아 보인다.

에리트레아 정권은 특히 2006년 한 공사장에서 노동자 한명이 숨진 것을 구실로 모든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 인허가를 취소한 뒤 집권당과 군부가 운영하는 건설사들이 이들을 헐값에 인수토록 함으로써 현재 에리트레아에는 집권당과 군부소유 건설사들만 사업을 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 봉사 프로그램'을 내세워 18세 이상 젊은 청년들을 모두 의무적으로 징집한 뒤 이들을 집권당과 군부소유 건설사의 공사장에 배치해 1주일에 6일, 하루에 12시간씩 사실상 강제노동에 동원하고 있다고 유엔인권위 보고서는 밝혔다.

징집병에 대해선 애초엔 6개월 군사훈련에 12개월간의 '국가 봉사'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계기로 아무도 제대시키지 않고 무기한으로 복무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 '인류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게다가 이들에겐 매달 고작 10달러 정도의 임금만 줌으로써 사실상 공짜 노동을 통해 집권당과 군부가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건설사들이 에리트레아에 진출한 외국 건설사들에 징집 인력을 '대여'해주고 외국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가로채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엔인권위 조사관이 수집한 증언 중엔 `한국 회사'에서 일했다는 증언도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의 `건설분야 강제노동' 항목을 보면, 마사와 지역의 한 건설사에 배치됐었다는 한 징집병은 "나는 한국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전히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지만 배치는 한국 건설사에 된 것이었다. 1년간 거기서 일했다"고 말했다.

한국 건설사가 이들 인부 몫으로 준 급여의 대부분이 에리트레아 정부나 군부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 건설사가 어디인지는 보고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외교 기밀문서 가운데 에리트레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에리트레아 건설산업의 기능장애'라는 제목의 2008년 7월22일자 전문은 에리트레아 민간건설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한 사실을 언급한 뒤 "여러 중국 및 한국 회사들은 영업 허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전문은 특히 "2개의 한국인 소유 건설사가 에리트레아에서 10년정도 활동해왔다"며 "처음엔 셈벨병원과 셈벨 아파트단지를 건설했고, 그 이후론 마사와 지역의 소규모 주거단지 건설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증언자의 '마사와 지역 한국 건설사' 증언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들 한국 건설사는 "댐이나 도로 등 대형 건설사업을 할 능력은 없다"고 전문은 덧붙였다.

전문에서 거론된 한국 기업 경남(Keangnam)과 호른(Horn) 가운데 경남은 경남기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호른은 불분명하다.

유엔인권위 보고서는 에리트레아 정권이 전체주의적인 감시통제망을 가동함으로써 "아무도, 심지어는 가족도 못 믿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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