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택배 비정한 母..마지막에 의지한 친정엄마]

배동민 입력 2015. 6. 7. 13:37 수정 2015. 6. 7. 13: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출산한 딸 살해…시신 어머니에게 보내"아이에게 미안해" 후회의 눈물…7일 구속 여부 결정

【나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가난 때문에 갓 낳은 딸을 살해한 30대 여성이 최악의 순간, 시신을 수습해 자신을 도와 줄 거라 믿고 택배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수개월 전 연락을 끊었던 '친정엄마'였다.

상자 안에 '좋은 곳으로 보내 달라'는 메모를 남겼지만 자신의 이름 대신 사용한 가명 때문에 이를 알아채지 못한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밝혀졌다.

7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일 신생아를 살해한 뒤 시신을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낸 혐의(영아살해·사체유기)로 A(35·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한 우체국에서 자신이 살해한 딸의 시신을 상자에 담아 전남 나주시 고동리에 거주하고 있는 친정어머니 B(60)씨에게 택배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예정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딸을 출산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를 훌쩍 넘은 새벽 시간이었다.

포장마차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진통이 시작된 A씨는 4~5평의 비좁은 쪽방에서 홀로 고통을 이겨내며 딸을 낳았다. 소독조차 되지 않은 주방 가위로 탯줄도 어렵게 직접 잘랐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남편을 원망할 새도 없이 A씨는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만삭의 몸으로 새벽까지 일해도 방값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에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돈이 없어 휴대전화 발신이 정지되고 한 겨울에 난방조차 하지 못해 추위에 떨었던 A씨였다.

당황한 A씨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게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았다.

손을 떼자 우는 아이의 입과 코를 다시 한 번 손으로 막았고 그렇게 7분여가 흐른 뒤 아이는 숨이 멈춰 다시는 울지 못했다.

A씨는 아이의 시신을 수건에 싸 방 한 구석에 두고 생활했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밤에는 포장마차에 나가 일도 하며 숨진 아이와 그렇게 엿새를 보냈다.

그러나 날이 더워지면서 시신이 점차 부패, 역한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A씨는 친정어머니를 떠올렸다.

5년 전 상경한 A씨는 7살 난 딸을 친정에 맡긴 채 지난해 말부터는 가족들과 연락도 끊은 상태였지만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친정어머니뿐이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흰색 수건과 검정색 운동복 아랫도리에 아이 시신을 싼 채 빨간색 비닐 가방에 넣어 서울 강동구 우체국으로 향했다.

가방을 택배 상자에 담은 A씨는 쪽지에 '나 대신 이 아이를 편안한 곳으로 잘 보내 달라'고 적어 함께 넣은 뒤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부쳤다.

배달 과정에서 자신이 한 짓(?)이 들통 날까봐 발신인은 '이○○'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택배는 다음날 4일 오전 나주 친정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A씨의 바람과 달리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친정어머니는 낯선 사람이 보내 온 상자에서 아이의 시신이 나오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상자가 배달된 경위를 추적해 A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뒤 탐문 수사 끝에 다음날인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한 A씨는 경찰에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후회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가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딸을 살해한 비정한 엄마가 결국 마지막에 의지할 곳은 자신의 친정엄마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끊긴 가족들에게 차마 전화 한 통 못하고 택배를 보낸 것 같다. 자신의 이름으로 택배를 부쳤다면 친정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했을까 싶기도 하다"며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딸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A씨는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uggy@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