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선 침몰, 세월호 '닮은꼴'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2015. 6.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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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개조, 선장 먼저 탈출, 무리한 운항, 더딘 구조작업] 수차례 개조 - 사고 선박 60m 길이로 설계.. 건조과정서 76.5m로 늘어나 무리한 운항 - 사고지역 7차례 악천후 경보.. 전복 前 급히 유턴 시도한 듯 무책임한 선장 - 구조 신호 제때 보내지 않고 배와 승객 버리고 먼저 탈출 더딘 구조작업 - 침몰 직후 2시간 20분 허비.. 잠수부, 船內 진입 어려워

수차례 선박 개조, 무리한 운항, 제일 먼저 뛰어내린 선장, '황금 시간' 놓친 구조 작업….

세월호 이야기가 아니다. 1일 밤 456명을 태우고 양쯔강에서 침몰한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 사건이 점점 세월호를 닮아가는 양상이다. 중국 펑파이(澎湃)신문은 3일 "1994년 건조된 사고 선박이 수차례 개조를 거쳤다"며 "배 위쪽 방화벽과 객실 구조 등이 처음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건조와 개조 설계자가 각각 다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 텅쉰(騰訊)은 이날 "사고 선박은 원래 60m 길이로 설계됐지만, 건조 과정에서 76.5m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유람선 관광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해 배를 무리하게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날 "사고 선박은 높이에 비해 흘수(吃水·물에 잠기는 부분)가 얕은 편"이라며 "두중각경(頭重脚輕·머리는 무겁고 다리는 부실)이기 때문에 강한 비바람에 전복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사고 선박의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12m지만, 흘수는 2.5m에 불과하다.

상하이 해사대학 쉬충시(許忠錫) 교수는 "3일 기상대 발표처럼 사고 당시 12급(초속 35m)의 강풍과 돌풍이 불었다면, 머리가 무거운 배는 균형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고 선박은 10급(초속 25m) 바람까지만 견딜 수 있게 제작됐다.

선장의 무리한 운항과 조종 실수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사고 지역에는 7차례 악천후 경보가 발령됐다. 대다수 선박은 인근 항구로 대피했다. 또 폭풍우가 거세졌을 때 사고 선박의 뒤를 따르던 배는 곧바로 닻을 내렸다. 텅쉰은 "둥팡즈싱의 선장이 왜 출항을 강행했고, 왜 닻을 일찍 내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고 선박의 위성항법장치(GPS) 자료를 보면 배가 뒤집히기 전에 급히 유턴(U-Turn)하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배는 사고 직전 한 차례 방향을 90도로 바꿨다고 한다. 악천후 속에서 배를 돌리다 돌풍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선장이 대처를 잘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은 "사고 지점은 평소 소용돌이가 심한 곳"이라고 했다.

중국 네티즌은 선장이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선장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와 달리 배가 1~2분 만에 뒤집혔다면 선장을 크게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사고 선박이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구조 당국은 1일 밤 11시 50분쯤 선장 등 2명을 발견한 뒤에야 둥팡즈싱의 침몰 사실을 정확하게 알았다. 침몰 직후 2시간 20분이라는 구조의 '황금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텅쉰은 "구조 신호를 보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위급했을 수도 있지만, 구조 신호가 자동으로 송출되는 시스템도 있다"며 "사고 당시 선원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침몰 후 구조 작업이 더딘 것도 세월호와 유사하다. 이미 뒤집힌 배 안으로 잠수부가 들어가기도 어렵고, 배를 절단해 구조대를 투입하거나 인양하는 것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잠수부는 "배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 탑승객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은 없는데 추가 생존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주검 숫자만 늘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러나 '동방의 별'은 세월호처럼 낮이 아니라 밤에 침몰했고, 악천후를 만났으며, 순식간에 전복됐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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