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침몰 유람선 9대 의혹.. 세월호와 닮은꼴

박일근 입력 2015. 6. 3. 19:59 수정 2015. 6. 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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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수차례 개보수 불법 가능성

안내방송 없이 선장 먼저 탈출

당국 구조신호 부실 접수 의혹

무사 귀환 기원하는 까만 리본 등장

현 중국정부 설립 이후 최악의 선박 사고로 커지고 있는 둥팡즈싱(東方之星) 유람선 침몰과 관련해 중국 매체들과 누리꾼이 각종 의혹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침몰 전후 상황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세월호 비극과 유사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사고 선박의 불법 구조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텅쉰(騰訊)은 둥팡즈싱호가 수 차례의 개보수 과정을 거쳐 당초 60m였던 총 길이가 76.5m로 늘어나고 객실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둘째, 당시 기상 악화 예보에도 운항을 강행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우한(武漢)기상청은 이미 사고 발생 3시간 전 사고 지역인 창장(長江ㆍ양쯔강) 중류 지방에 폭우 황색 경보를 내렸다. 네티즌들은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셋째, 설사 둥팡즈싱호가 운항을 강행하려 해도 운항 당국에서 이를 막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납득되지 않은 대목이다.

넷째, 회오리 바람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아무리 시속 120㎞가 넘는 풍력 12급의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2,200톤의 유람선이 단 1~2분만에 완전히 뒤집힌 채 침몰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또 다른 사고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안전을 소홀히 한 선장의 무책임함이다. 운항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폭우가 내리고 회오리 바람이 부는 상황에선 안전을 위해 인근 부두에 잠시라도 정박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고 현장과 불과 3㎞ 떨어진 곳엔 부두가 있다.

여섯째, 아무리 긴급 상황이라 하더라도 선장이 구조 신호나 안내방송도 하지지 않은 채 배를 버리고 탈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선장과 기관장은 헤엄을 쳐 강변에 닿은 뒤 경찰에 사고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슝페이쥔은 웨이보(微博)에 "마지막까지 배를 지키는 게 선장의 의무"라고 썼다.

일곱째, 사고 발생 후 3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구조 신호가 접수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창장 수상수색센터에 구조 신호가 접수된 것은 2일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여덟째, 당국이 구조신호를 제대로 접수하지 않은 것 아니냔 의혹도 나온다. 사고 현장 부근을 지나던 화물선 퉁궁화(銅工化)666호는 1일 밤10시10분 '살려달라'고 소리를 듣고 강을 떠 내려 가는 승객들을 발견한 뒤 곧바로 당국에 신고했다. 수상 구조대는 1일 밤11시51분 승객 2명을 구조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침몰 사실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이나 구조는 곧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통상 유람선엔 긴급 상황 시 구조 신호 자동 발신 장치가 돼 있는데 구조 신호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도 전문가들에겐 의문이다.

아홉째, 당국이 적어도 둥팡즈싱호의 항로에 이상이 생긴 것을 제대로 관측만 했어도 좀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도 크다. 당국의 수색과 구조 활동은 사실상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난 2일 새벽 4시24분 관영 매체의 첫 보도가 나온 뒤 본격화했다.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긴급 지시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현장 진두 지휘 등 중국 당국의 총력전에도 3일 현재 구조자는 14명에 불과하다. 발견된 시신만 26구로 늘었다. 나머지 416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승객 중 다수인 노인들은 주로 1,098위안(약 20만원ㆍ3등석 기준)을 내고 10박11일의 유람선 여행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초저가 상품이었다. 중국 네티즌은 승객들의 무사 귀환 등을 기원하며 이날부터 인터넷에 까만 리본(사진)을 달기 시작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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