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1일 (금)
[메르스 확산] 메르스 괴담(怪談)에 속타는 병원들

[메르스 확산] 메르스 괴담(怪談)에 속타는 병원들

기사승인 2015-06-03 14:28:55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와 감염 의심자와 격리 대상자가 늘면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격리 치료했거나 치료 중인 병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메르스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거나 감염자가 방문한 병원 명단이 떠돌면서, 해당 병원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병원들은 의료기관 본연의 임무인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감염 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피 대상이 되거나 메르스 유포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당 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 진료와 수술 등을 취소하고 있고, 인터넷에 유포된 병원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린 일부 병원들은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취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 치료하는 병원에 책임전가?

현재 메르스 감염 환자를 격리해 치료하는 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취소 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 수도권의 종합병원의 경우 평소보다 외래진료 환자가 크게 감소했고, 실제 일부 과에서는 급하지 않은 수술의 경우 취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평일 오전 시간인데도 환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토요일처럼 병원이 한산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실제 수술 취소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병원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병원 명단이 공개된 거도 아닌데, 인터넷에서 유포된 병원 이름과
소문을 듣고 환자분들이 공포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가 큰 종합병원은 그 어느 곳보다 감염관리가 철저한 곳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터넷에 떠도는 메르스 관련 소문과 괴담으로 인해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일부 종합병원들의 경우 병원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병원 이미지 실추는 물론 환자 감소와 수술 취소 등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나 정부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병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

일부 괴담 수준으로 퍼진 허위사실에 대해 직접 병원이 법적대응을 나선 곳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원장 백민우)은 지난 2일(화) 폐쇄형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유포되기 시작한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키로 했다.

3일 부천성모병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천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2명 나왔다. 이와 관련 부천시장이 언론발표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폐쇄형 커뮤니티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파생, 이에 환자와 내원객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 대상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성모병원 측은 지금까지 부천성모병원에는 메르스와 관련된 어떠한 의심환자도 내원하지 않았으며,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는 부천시 어느 병원에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백민우 원장은 “현재까지 부천성모병원은 메르스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앞으로도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부천시와 함께 감염예방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원장 정봉섭)의 경우 다른 병원에 대해 법적 대응하기로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분당제생병원 측은 “우리병원이 메르스 발생병원인 것처럼 강원도 소재 모 병원이 내부에 게시해 손실을 끼쳤다”며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병원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외래환자가 급격히 줄었으며 수술도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병원은 메르스 관련 환자는 받지 않으려는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새벽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내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안전을 위해 즉각 체계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하고 응급실 근무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를 15시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5월 30일 1차 검사 결과 음성, 6월 1일 2차 정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는 것이다.

정봉섭 원장은 “메르스 관련 제생병원의 사례는 모범적인 사례며 정확한 내용을 병원 홈페이지 통해 신속하게 게시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강원 소재의 대학병원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메르스 공포감 보다 예방에 우선

이에 대해 의학계 등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지난친 공포감을 갖기 보다 감염 예방을 위해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보간당국이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만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 1일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 대한예방의학회, 대한보건협회, 한국역학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등 5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는 ‘현 시점에서의 대응 요령’과 ‘메르스 대응을 위한 대국민 안내문’을 통해 “메르스의 조기 퇴치를 위해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노력과 함께 국민, 언론 등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안내문을 통해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적극적으로 접촉자를 확인하고 격리하며, 의심환자로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진단과 격리치료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또한 루머와 소문은 혼란을 가중시켜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므로, 보건당국과 공인된 의료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 원칙은 일반적인 감기나 폐렴 예방의 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출 후 손 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기침 예절(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 등을 이용해 가리기)을 준수하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ongbk@kukimedia.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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