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메르스 병원 명단' 국민은 다 아는데 정부만 "쉬쉬"


입력 2015.06.03 12:02 수정 2015.06.03 12:08        하윤아 기자

온라인 통해 메르스 환자 접촉 병원 명단 공유

"알아야 방어하지"에 책임회피만 급급한 복지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데일리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3차 감염자도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비난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온라인상에는 메르스 확진환자들이 머물렀던 병원 명단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고 네티즌들이 이를 공유하면서 구체적 감염경로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충북에 위치한 KTX 오송역에는 메르스 확진환자 최초 발생 지역과 접촉 병원 명단이 담긴 ‘메르스 예방지침’ 안내문이 붙었다. 이에 코레일 측은 본사 차원에서 안내문을 배포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안내문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대됐고 네티즌들은 앞 다퉈 비슷한 내용이 담긴 사진을 공개, 사진 속 명단에 있는 병원의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실제 한 사진에는 이른바 ‘수퍼 전파자’인 첫 번째 환자가 방문했던 병원은 물론 체류기간과 접촉한 의료진 등에 대한 정보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첫 번째 환자 외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병원 이용 정보도 담겨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최근 2주간 중동지역, 발병 지역 및 이하 병원에 방문한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 아래 ‘메르스 발병 지역’과 ‘메르스 접촉 병원’ 이름이 나열됐다.

네티즌들이 공개·공유한 사진 속에 포함된 병원이 실제 메르스 환자가 방문했던 곳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때문에 만약 이 사진이 단순히 떠도는 ‘루머’에 불과하다면 해당 병원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사진 속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네티즌들이 직접 나서 접촉 병원 명단을 공유하고 있는 데에는 메르스 최초 발생 지역과 접촉 병원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정부 방침에 대한 불만과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르스 최초 발생 지역과 접촉 병원을 공개하라는 국민적 요구에도 정부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직접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나섰다.(자료사진) 온라인커뮤니티 화면캡처.

정부는 밀접접촉을 통한 감염이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초기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한 역학조사에 허점을 보이거나 제대로 격리조치 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으로 비난을 샀다. 결국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고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국민적 요구에도 여전히 메르스의 구체적 감염 경로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 발표하며 “병원 이름을 공개하기 보다는 확진환자 조회시스템 통해서 병원끼리 정보 공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이 되기 때문에 단지 메르스 환자와 해당 병원에 있다는 이유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설명이다. 이어 문 장관은 “의료기관 밖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며 확산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 아이디 ‘hezb****’은 “공개를 해야 개인이라도 적극적 방어를 하지. 상황은 나아질 기미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데”라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아이디 ‘jwh5****’은 “(병원에) 안 가려고 알려달라는 게 아니라 내가 갔다온 병원이 해당되면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해서 봐야하니까 알려달라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트위터리안 ‘@yog*****’은 “보건당국이 해당 병원과 지역을 비공개 관리하니 더 공포감이 커지는 듯”이라며 “국민 스스로 찾은 정보를 공유해서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니...”라며 씁쓸한 마음을 표했다.

한편, 복지부는 3일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5명이 양성으로 추가 확인돼 환자수가 모두 3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새롭게 추가된 환자 5명 중 1명은 3차 감염자, 나머지 4명은 지난달 첫 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병동을 썼던 환자와 가족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