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번지면서 감염자들이 입원했거나 치료받은 병원 명단의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에는 접촉병원으로 추정되는 병원 명단이 든 사진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선 “전면 공개가 어렵다면 적어도 의사들에겐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차 감염자까지 나온 마당에 지역과 병원명을 공개해 해당 지역 사회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48)씨는 “시민들 입장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병원이 어디인 줄 알고 나면 이를 피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했다.

지난 1일 메르스 의심 환자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메르스 환자를 격리 진료하기 위한 임시 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이미 SNS 등을 통해 메르스 환자들이 거쳐간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명단이 돌고있는 마당에 정부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불필요한 억측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SNS 등에는 B병원, S병원, D병원, Y병원 등 10여곳의 병원 이름이 적힌 사진이 돌고 있다. 사진에는 ‘최근 2주간 중동지역, 평택, 수원 및 이하 병원을 방문한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도 함께 들어있다. 이는 춘천의 한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의심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문진용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확인 이후 발병 지역과 관련 병원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다.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주민들이 괜한 공포에 휩싸일 수 있고, 병원도 불필요한 낙인이 찍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지역이나 병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부 의사들은 적어도 병원에는 관련 정보를 공유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의 D병원 의사는 “병원 명단이 국민들에게 전체 공개돼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의사들한테라도 알려서 환자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의사들끼리 ‘어느 병원에 감염자가 나왔다더라’라는 식으로 병원 명단을 공유해 환자를 진료할 때 참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칫 환자가 접촉 병원에 다녀왔더라도 의사가 그 병원이 문제가 되는지 알지 못하면 일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다. 서울에 있는 주요 대형병원의 경우 각 병동별로 공기정화시스템에 따로 구축돼 있고 메르스 환자에 대한 완벽한 격리가 가능한데도, 일반인들은 마치 병원 전체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공포감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병원 의사는 “병원 명단이 공개되는 순간 일반인들은 병원 인근 일대에 바이러스가 퍼진 것처럼 동요할 것”이라며 “중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등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명단을 공개해 병원이 피해를 입으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다각도로 확인을 거쳐 적어도 의료계 종사자들에게는 적정선에서 정보를 알려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한해 접촉병원의 명단을 확인하고 메르스 의심환자가 입원한 기간을 알 수 있도록 하거나 환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메르스 감염 환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두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