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낭중지추의 밴드, 피아..청량감 넘치는 앨범으로 컴백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2015. 6.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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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피아

기량은 어디서건 드러난다. ‘낭중지추의 밴드’라 해도 이견이 없는, ‘분명한’ 팀이기도 하다.

밴드 피아(PIA)의 귀환에 록 마니아들은 크게 반색 중이다. 록 그대로의 음반이 나왔다며 해갈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팬들이 많다.

최근 스포츠경향을 찾은 피아(보컬 옥요한, 기타 헐랭, 베이스 기범, 건반 심지, 드럼 혜승)는 “너무 환대해줘서 가슴이 벅차다”며 고무적인 요즘의 분위기를 일렀다.

이들의 정규 6집은 2011년 정규 5집 <펜타그램> 이후 4년만에 나오는 것이다.

피아는 록계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2012년 KBS <톱밴드2>에서 모든 출전자들이 경계 대상, 혹은 막강의 밴드 1순위로 꼽았던 밴드로도 회자됐다. 기대처럼 이들은 당시 국내 수백여 밴드를 물리치고 ‘톱밴드’로 우뚝 섰다.

멀리 지난 2002년에는 서태지가 처음으로 세웠던 록레이블 ‘괴수대백과사전’에 영입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던 일화도 있다.

국내 최정상의 팀 피아가 정규 앨범을 내는데 걸린 시간은 4년이었다. 헐랭은 “약간의 빚을 내서 음반을 냈다”고 덧붙였다.

“원래 2년마다 음반을 냈는데,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태가 있어 우리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멘붕’(멘탈붕괴라는 뜻의 조어)에 빠져 있었습니다. 음악적으로도 혼돈의 시기를 겪었고요.”(헐랭)

그 사이 많은 실험이 있었다.

<톱밴드>에 출연했던 건 특이한 경우였다. 애초부터 유명했던 팀이어서 <톱밴드>를 통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멤버 기범은 “외국의 경우처럼 앨범 내고 공연만으로 입지를 다지고 싶지만, 그렇게 만해서는 국내에서 생존 조차 힘들어진다”면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내에서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톱밴드>에 도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전에 없던 싱글, OST 음반 등에 동참하는 일도 있었다.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 MBC 드라마 <골든타임> 등지에서 발라드 가수를 대신하는 록밴드 피아의 노래가 울려 퍼져 생경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헐랭은 “멤버들의 어머님들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아들들의 부드러운 노래를 듣고선 매우 대견해했다”고 회상했다.

“우리 스스로의 스타일을 바꿔 보고, 갖가지 협업과 도전도 해보던 시기였죠. 편법인지 실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따른 고뇌는 컸습니다.”(심지)

시간이 지나 얻은 결론은 ‘회귀’다. “해볼 것 다했으니 이제는 원래로 돌아가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1년 가까이 매달려 낸 정규 앨범이지만, 금세 잊혀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컸다. 멤버 기범은 “걱정이 많았지만 청량감 넘친다는 반응을 보면서 반갑기도, 고맙기도 하다”면서 “꽉 채운 음반을 준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이게 원동력이 돼 다음 음반에도 힘내어 나아갈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멤버 헐랭은 “제일 잘하는 걸 하는 게 우리에게 맞는 일이라 여긴다”고 부연했다.

앨범은 모두 10개의 트랙으로 이뤄졌다.

‘스톰 이즈 커밍’은 노래에는 제목 만큼이나 속시원한 질풍이 불어댄다. 강한 기타 연주에, 쉴새 없이 잇따르는 드럼과 베이스, 건반의 힘있는 음표, 보컬의 내지르는 소리가 흥겹다. 멤버 기범은 “방송에서는 절대 틀어주지 않을 곡”이라며 “방송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노래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바랐다.

‘메멘토 모리’에는 사실상 도전의 대상이 될 만한 여러 속주와 연주 패턴이 가득하다. 멤버 심지는 “멤버 혜승이 국내 드럼키즈에게 던지는 곡일 것”이라며 “드럼을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혜승을 따르는 이들이 매우 많다”고 귀띔했다.

앨범 타이틀곡 ‘백색의 샤’는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삶, 자연에서의 경외감을 바탕으로 한 노래다. 멤버 심지는 “개인적으로는 사랑 이야기로 이해했는데, 어느 분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또 어느 분은 자연으로 받아들이더라”면서 “열려있는 해석이 나와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앨범을 위해 멤버 옥요한은 보르네오의 밀림, 제주의 처녀림 등을 다니며 악상을 구해왔다고 한다.

노래 ‘북서풍’은 ‘세월호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함축한다. 슬프기도 하고, 화가 잔뜩 나 있는 듯한 트랙이기도 하다. 멤버 심지는 “그 사건에 대해 누군가는 기억해야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KBS <톱밴드>가 뒤잇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톱밴드>는 2012년 당시 밴드에 대한 대중의 친밀도와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음악 예능물로 평가됐지만, 시청률이 유쾌한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 미치지 못해 이후 폐지 수순을 밟아야했다.

멤버 심지는 “요즘 (<톱밴드> 출신의) 육중완씨가 TV에 자주 노출되는 게 저는 참 좋다”면서 “음악도 들려주고, 음악하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도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주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육중완씨가 사는 옥탑방은 피아의 멤버 헐랭이 함께 가서 구했던 집”이라면서 “앞서 ‘하찌와 TJ’의 조태준씨 등의 로커라 살았던 집이었고, 육중완씨처럼 대부분 결혼을 해서 나간 남다른 사연이 있는 집”이라고 귀띔했다.

“아이돌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무조건 찬성이지만, 그와 함께 다른 시장도 공존해야한다고 봅니다. 록밴드가 유일하게 나갈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던지라 <톱밴드>의 부재는 특히 아쉽다고 할 것입니다.”(심지)

앨범으로 호평받고 있는 피아는 다양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7월4일 서울 홍대 레진코믹스브이홀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을 마련한다. 또 각종 록페스티벌에서도 출연 명단 1순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8월 개최되는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는 한솥밥을 먹던 서태지와 오랜만의 재회가 기대된다. 기범은 “음반은 전해드렸는데, 평을 막상 듣지는 못했다”면서 “어땠는지 물어보려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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