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세월호'.. 437명 생사 불명, 선장은 탈출

입력 2015. 6. 3. 03:40 수정 2015. 6.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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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명 탄 호화 유람선 '둥팡즈싱號' 양쯔강서 침몰

장리펀(가명·60)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22명의 이웃과 함께 대형 버스를 타고 상하이 인민광장을 출발해 장쑤성 난징을 향했다. 난징에 도착한 일행은 충칭행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에 몸을 실었다. 창장(長江·양쯔강) 일대의 안칭, 주장, 우한, 츠비(赤壁·적벽) 등 명소를 거쳐 충칭까지 이르는 12일간의 긴 여정이었다. 여행을 마치고는 기차를 타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여행 내내 기분이 좋아 상하이의 남편에게도 자주 전화를 했다. 우한에서는 잠시 내려 친구를 만나 식사도 함께했다. 1일 밤 9시쯤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여기 광풍과 폭우가 몰아치고 있어요.” 이것이 마지막 전화일 것이라고는 남편은 생각도 못했다고 남방도시보는 전했다.

이날 밤 9시28분 승객과 선원 등 456명을 태운 유람선 둥팡즈싱호는 창장 중류인 후베이성 젠리현 구간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관영 CCTV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 현재 구조된 사람은 14명에 불과하고 사망 5명, 실종자는 437명에 달했다. 중국이 발표한 승선자 명단에 한국인은 없었다. 1994년 2월 4층 객실 구조로 건조된 둥팡즈싱호의 길이는 76.5m, 폭은 11m 등으로 정원은 534명이다.

둥팡즈싱호가 침몰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구조된 선장은 현지 매체에 “당시 배 왼쪽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닥쳐 오른쪽으로 배가 기울었다”면서 “배가 뒤집어지는 데 1분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사고 수역의 깊이는 15m가량이다. 중국 언론들은 당시 바람의 세기가 12급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12급은 초속 32∼36m에 달한다. 폭우도 쏟아져 2일 새벽 4시까지 24시간 동안 강수량이 150.6㎜였다. 중국 기상국은 “사고 당시 12급 이상의 회오리바람이 15∼20분간 지속됐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승객들은 장씨처럼 퇴직 후 여행에 나선 노인들이었다. 상하이의 한 여행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석양홍(夕陽紅)’ 단체여행객들도 상당수였다. 신화통신은 장쑤성과 상하이에서 출발한 승객이 300여명이었고, 50∼80세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배가 갑자기 전복되면서 아직 객실 내부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객실 내부에 생존자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50분쯤에는 85세 노인이 잠수부들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사고 직후 국무원이 현장 지휘에 나서 인명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리커창 총리는 마카이 부총리, 양징 국무위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리 총리는 사고 현장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사고 현장에는 무장경찰 1000여명을 비롯해 3000여명의 구조인력이 동원됐고, 북해함대 소속 41명의 잠수부들도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해경선과 어선 등 150척 이상의 배도 현장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사고 유람선의 선장과 기관장은 현재 공안 기관에 신병이 확보된 상태다. 인터넷 매체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고 직후 헤엄쳐 배에서 탈출한 것으로 전해져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 이에 따라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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