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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송고시간2015-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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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의 걷기 코스인 봄내길 가운데 '오지마을길'은 힐링바람을 타고 걷기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5.5.30
hak@yna.co.kr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그곳에 사람이 산다. 나무와 풀, 바위와 어울려 마을을 이뤄 산다. 그래서 길이 있다.

강원 춘천시 외곽 육중한 소양강댐은 29억톤의 거대한 물을 가두고 있다.

소양강 줄기를 따라 옹기종기 들어섰던 마을은 수몰되고, 테두리는 '육지 속 섬'이 되었다.

동면 품걸리도 그런 마을이다. 소양호에 의해 절반은 물에 잠겼고 얼마 남겨 놓은 골짜기는 갇혔다.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다.

품걸리를 육로로 가려면 홍천 쪽으로 에둘러 산을 넘어야 한다. 약 30km에 걸쳐 예전 임도를 넓힌 산길은 구불구불 험하다.

그래서 물길이 익숙하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로 40분이 걸리는 뱃길은 매일 두 차례 드나든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오전 8시 30분과 오후 4시, 품걸리에서는 오전 9시 40분과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한다.

뱃삯은 어른 기준 편도 4천800원. 물길도 산길을 닮아 이리 휘고 저리 꺾여 있다. 호수는 쪽빛이고 산은 진초록이다.

<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의 걷기 코스인 봄내길 가운데 '오지마을길'은 힐링바람을 타고 걷기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품걸리 마을길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2015.5.30
hak@yna.co.kr

산 그림자 드리운 호수는 자연이 그린 거대한 '데칼코마니'다.

호수에는 생명이 넘나들고 운이 좋다면 호수를 건너는 고라니의 수영 솜씨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배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품걸리 선착장은 댐 수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물이 줄었을 때는 한참 비탈길을 걸어야 마을 초입에 닿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가뭄 탓에 배 터에서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지만 다리품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다.

소양호 끝 자락 짙푸른 호수를 발아래 거느리고 걷다 보면 어느새 순례자의 길처럼 호젓함도 만끽할 수 있다.

짙푸른 호수와 산이 빚은 풍경에 일상에 지친 피곤한 심신은 활짝 갠다.

품걸1리와 2리 갈림길에서 어느 쪽이든 마을 길을 조금 돌아 산자락에 서면 아늑한 숲길이 나온다. '소양호 나루길'이나 '품걸리 오지마을길'로 이름 붙여진 트레킹 코스다.

이 길은 춘천시와 사단법인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개설한 '봄내길' 이다.

금토 관계자는 "봄내길로 붙여진 6개 코스 가운데 소양호 나루길과 품걸리 오지마을길은 물안개가 피어 장관을 이루는 소양호를 배를 타고 가는 매력 때문에 가장 인기 코스"라며 "녹음이 짙은 최근에는 주말마다 배편과 찻길을 이용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 힐링을 즐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품걸리 오지마을길은 16.3km로 부담이 된다면 샛길로 이뤄진 8km, 12km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짐승이 더 많이 다니는 오솔길은 예전 춘천시내로 장 보러 오가던 길이었다.

솔바람은 그렇게 상쾌하고 깨끗할 수가 없다. 가파르지 않으니 발걸음도 가볍다.

<길따라 멋따라> 춘천 봄내길 명소 '칠성목'
<길따라 멋따라> 춘천 봄내길 명소 '칠성목'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의 걷기 코스인 봄내길 가운데 '소양호 나루길'과 '오지마을길'은 힐링바람을 타고 걷기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소나무 일곱 그루가 북두칠성을 닮아 이름 붙여진 '칠성목' 모습. 2015.5.30
hak@yna.co.kr

산허리쯤 멀리 소양호 풍경이 들어오는 서정이 있는 자연길이다.

옛날, 지게 짐 지고 걷던 길은 걷기 열풍이 불면서 명품길로 탈바꿈했다.

품걸리를 한 바퀴 도는 산길은 일제 강점기 광산이 개발되면서 주민들이 닦았다. 산은 높낮이로 겹을 이루고, 골짜기는 이리저리 가지를 쳤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 자연은 벌써 제 색을 활짝 펼쳤다.

냇가를 따라 띄엄띄엄 집이 들어선 오지 마을 풍경은 평온하고 소담하고 길은 산 허리로 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햇살 가린 숲의 터널이 이어지며 고갯마루에 서야 하늘이 드러난다.

제 코스를 걷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리고 음식점도 쉽게 찾을 수 없어 요깃거리는 싸가는 게 편하다.

산야초에 눈이 밝다면 즉석에서 쌈밥도 즐길 수 있는 낭만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첩첩산중, 참나무 숲에 은밀하게 핀 들꽃의 살랑거림은 '힐링'이다.

품걸리 길에서 또 다른 인근 물로리까지 12km가량 마을길이 이어져 있다.

이 마을에는 한씨 성을 가진 머슴이 조상 묘를 잘 써 뒷날 중국의 천자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한천자묘도 갈 수 있다.

<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길따라 멋따라> '소양호가 품은 내륙 섬마을'…춘천 오지길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의 걷기 코스인 봄내길 가운데 '소양호 나루길'과 '오지마을길'은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사진은 소양호를 따라 품걸리 선착장에서 마을로 걸어가는 코스 모습. 2015.5.30
hak@yna.co.kr

길을 따라 내다보이는 소양호 물빛과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해거름이 온다. 물깨(물가의 춘천지역 방언)에서 다리쉼을 한다.

다시 품걸1리로 돌아오면 마을 안쪽에 초록 잔디가 잘 다듬어진 폐교를 리모델링한 펜션이 자리 잡았다.

최근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 촬영지로 유명세를 알린 이곳은 애초 품안분교였다.

지난 1999년 폐교된 후 휴양지가 됐고 태극기 휘날리고 아이들이 달음박질하던 분교 터는 소설 '훈장'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펜션 조금 윗길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칠성목'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잘 생긴 소나무 일곱 그루가 북두칠성을 닮아 칠성목으로 불린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도 이어지고 있다.

화전과 돌무지 비탈을 일궈 근근이 살던 산촌마을은 이제 힐링붐을 타고 오색복장의 등산객이 찾는 곳이 됐다.

주말이면 마을에 도시 사람들이 단체로 찾아와 오지마을 길을 걷는다.

물소리, 바람소리, 신록의 여린 숨결, 볕뉘 점점이 이어진 봄내(춘천)의 깊은 자연 속 여행, 어떤가.

문의 = ☎ 033-251-9363(사단법인 문화커뮤니티 금토) ☎ 033-241-4833 (수영선박)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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