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호주 대산호초'가 야위어 간다

김세훈 기자 입력 2015. 5. 29. 22:23 수정 2015. 5. 29. 22: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연 200만명 5조원 수입석탄산업·수온 상승으로 급감세계유산 지정 취소 될까 긴장

호주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 관광지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위험에 처했다. 석탄개발, 기후변화 등으로 산호가 급감한 탓에 최악의 경우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 취소될 수도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들은 최근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다음달 말 유네스코 회의에서 34년 만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 2300㎞ 해안가와 600개 섬으로 구성된 곳으로 산호 3000종, 어류 1500종, 연체동물 4000종이 살고 있다. 해마다 외국 관광객 200만명이 이곳을 찾아, 호주에 60억 호주달러(5조944억원)의 수입을 안겨준다.

하지만 자연의 보고이자 굵직한 관광수입원인 이 산호지대는 위기를 맞았다. 잠수부 토니 폰테스는 28일 BBC에 “산호가 있기는 있지만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2012년 호주 환경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산호는 27년 새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바다거북과 돌고래들이 질병으로 고생했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석탄개발 사업은 산호를 감소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석탄산업을 옹호하는 토니 애벗 총리는 2017년 호주를 석탄수출국 1위로 끌어올리겠다며 항구와 광산을 새로 짓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외신들은 이 과정에서 흙과 돌덩이 따위가 바다로 흘러내려가 산호가 급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에 이은 세계 2위 석탄 수출국이다. 지난해 석탄 수출액은 무려 400억 호주달러(34조원)에 이르며 석탄산업 종사자는 2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미 2011년 이후 하향세인 석탄산업에 정부가 과잉투자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산호를 먹는 거대 물고기가 등장한 것도 산호가 줄어드는 원인이다.

수온이 31도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되면 산호가 죽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세계의 여러 산호초들 중에도 특히 백화현상이 심한 곳이다.

퀸즐랜드대학 생물보존과학센터 폴 마셜 교수는 “산호 크기가 워낙 커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이곳은 이미 도랑으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호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와 지역을 분열시키고 있다. 석탄 산업계와 정치권은 환경단체를 향해 “환경테러리스트”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석탄 관련 업체들이 적잖은 소송에 걸리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추가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환경단체, 관광업계에서는 애벗 총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는 세계유산의 명성을 잃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지정 취소라는 극약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이곳을 “위험군”으로 분류해 유산 지정을 취소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BBC는 “호주 당국과 퀸즐랜드 지방정부가 폐기물의 완벽한 처리, 석탄운반시설 원거리 설치 등 산호 보호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최소 20억 호주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며 “호주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유네스코 주요 회원국 19개국을 찾아 로비도 강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레그 헌트 환경장관은 “정부가 산호를 보호하기 위해 해온 노력을 전해 들은 회원국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며 “자연유산 자격은 유지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퀸즐랜드에 있는 제임스쿡대학 테리 휴즈 교수도 “유네스코는 아마도 호주 정부를 격려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