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붓감 누구 없소.. 중국 한자녀 정책의 역습

박소영 2015. 5. 2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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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선호에 외아들 가정 늘어

"2020년까지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명 더 많을 것"

집 없는 남자와 데이트도 안할 만큼

성비 불균형에 여성 주가 올랐지만

인신매매·매춘 등 부작용도 심화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한 자녀 정책이 중국 남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28일 뉴스위크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 아들만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결국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야기해 중국 여성들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영 에너지기업의 중견 간부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29세 남성 장 웨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베이징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이다. 7년째 매달 수입의 30%를 저축하며 내 집 마련에 몰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부모님은 어서 결혼하라고 압박을 하시는데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내 집 마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 졸업 후 상하이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여성 후아 팽은 "나는 자기 집이 없는 남자와는 데이트도 하지 않는다"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가 하면, 광고회사 간부인 리 정린은 "결혼에 대한 압박은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결혼 적령기 여성이 부족해지면서, 대도시 여성들은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과거보다 일을 더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 결혼 역시 미루고 있다. 성비 불균형은 2008년 1대 1.22로 최고점을 찍었고, 현재도 1대 1.16으로 남아 비율이 여아를 압도하고 있다. 2020년까지 국가 가족계획위원회는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명 더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20세기 초까지 전족 풍습이 유지된 것이 상징하듯 여성은 낮은 대우를 감수해왔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후 마오쩌둥이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공언했음에도, 남성 위주 사회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1980년 이후에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초음파 사진의 출현이 결합하면서 여아 낙태가 기승을 부렸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에서 여성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남녀간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이혼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이혼율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2013년 2.57%로 급증했다. 국제 통계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여성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도시에서의 이혼율은 크게 높아져 최근 조사에서 베이징과 상하이의 이혼율은 30%를 넘겼다. 여성들의 결혼 연령 역시 전국 평균 2007년 26.4세에서 현재 27.4세로 늦어졌고, 지난해 상하이에서는 처음으로 여성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30세를 넘겼다.

이러한 성비 불균형에 대해 가족계획위원회는 "심각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나이 많은 중국 북동부 미혼 농민 남성들과 북한 난민 여성들을 강제로 결혼시키는 불법 사업이 활성화하는 것을 비롯 성비 불균형이 인신 매매와 매춘 증가를 주도한다고 보고 있다.

성비 불균형이 가계 저축률을 지나치게 높게 만들어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의 13억 인구가 소비를 늘려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 가계소비는 세계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경제학자인 웨이 상진은 성비 불균형과 저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아들이 있는 가정이 딸이 있는 가정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할 뿐만 아니라 남녀 비율이 편향된 지역에 살수록 아들이 있는 집은 저축비중을 더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들을 키우는 집은 아들의 결혼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한다는 의미다.

뉴스위크는 남아선호사상이 초래한 성비 불균형이 의도하지 않게 중국 젊은 여성들의 일과 결혼에서 더 큰 혜택을 주게 됐는데, 중국 남성들은 오랜 기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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