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송하진 전북도지사] "새만금 사업은 국가가 주체.. 정부가 적극 나서야"
전라북도는 전국 광역시·도에서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인 가난한 지역이다. 개발시대에 소외된 덕분에 오히려 지금은 청정지역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전주 한옥마을도 전북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돈 되는 '먹거리'가 부족해 인구유출로 고심하고 있다. 그런 전북에 최근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유치와 호남선 KTX 개통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새만금도 전북의 산업지도를 바꿔놓을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신경도 온통 새만금 사업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쏠려 있는 듯했다. 지난 22일 전북도청 집무실에서 송 지사를 만났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무주에 유치했는데 소감은.
"유럽의 태권도 열풍으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터키 삼순시를 제치고 대회를 유치하게 됐다. 유치 현장에서 세계의 태권도 열기를 보고 대단히 놀랐다. 우리는 태권도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러시아 대회를 가보니 관중 수와 유료 관객이 대단히 많았다. 8500석의 경기장이 가득 찼고 밖에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여섯 차례나 개최했는데 종주국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무관심한 게 아닌가 싶다. 외국은 국력 과시용뿐 아니라 태권도라는 스포츠 자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회 유치를 계기로 태권도 종주국 위상을 확고히 하고, 전북과 무주 태권도원을 세계 태권도 본산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
-대회준비 상황과 이후 태권도원 활성화를 위한 계획은.
"일단 내후년까지 세계 3대 태권도 대회가 무주에서 열린다. 이 과정에서 태권도원의 시설도 확충될 것 같다. 태권도원 경내가 70만평에 달한다. 2016년에 세계태권도잼버리가 열리는데 야영시설까지 겸하게 된다면 숙소, 대회장, 훈련장까지 모두 갖추게 돼 웬만한 행사는 다 치를 정도가 된다. 가장 시급한 건 연습장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대회를 하기 전에 선수들이 몸을 풀고 대기하는 연습장이 너무 작다. 30억∼40억원 들여서 추가 조성해야 한다. 태권전과 명인전, 진입도로 확충 등을 당장 다 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태권도원 진입로 확·포장 공사에 14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내후년 대회전까지 완성하기 어렵다. 오히려 차만 못 다니게 될 수 있다. 추월차선을 만들어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정도라도 우선 괜찮다. 태권도인들이 명인전, 태권전 건립을 위해 28억원 정도 모았다. 국가가 70억원 정도만 도와주면 하나 정도는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태권도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무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와준다면 기쁘고 고마운 일이지만 태권도의 세계화를 생각한다면 태권도연맹은 서울에 있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겠나. 국기원도 그간 서울에서 쌓아온 역사나 전통을 생각하면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수, 훈련, 대련 기능은 태권도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또 잼버리와 같은 태권도청년대회, 그리고 태권도계 산하의 자원봉사기관은 태권도원으로 이전하면 좋을 것 같다."
-새만금 사업은 진행이 늦어지는 느낌인데 어디까지 왔나.
"새만금은 100년, 2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방조제 조성만 해도 10년이 넘게 걸렸다. 내부도로 공사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올해 동서도로 조성이 시작되지만 남북간 도로, 철도, 공항, 항만 건설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한마디로 민족의 대역사(大役事)다. 새만금을 전북의 지역사업으로 오해하는데 분명히 국가가 사업의 주체다. 전북의 역할은 새만금 수질관리와 환경문제 예방 지원, 기업 유치 관련 여건 조성을 해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대형 국가프로젝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하다. 국가가 지금처럼 홀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새만금 사업은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 새만금이 지금 당장 뭘 이뤄낼 수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새만금 내에 국제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현재 총리실 내에 팀이 설치돼 있다. 지방공항 다 망했다고 하지만 청주공항은 이미 살아났고 양양공항도 회복 중이다.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이런 흐름과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 일본도 당일치기가 되는 시대니까 수요는 어디에든 있다. 단순히 전라북도의 공항을 원하는 게 아니다. 새만금 사업은 어차피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국제공항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물류 중심지로 키우려면 국제공항은 필수다. 혁신도시와 태권도원, 새만금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국제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현재 연간 93만명 정도인데, 2030년까지는 590만명 정도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당장 확실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새만금은 매우 더딘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급속도로 많은 것이 이뤄질 것이다."
-전북지역을 아우르는 토털관광을 강조했던데 어떤 의미인가.
"흔히들 머무르고 체험하는 관광개념을 설정하는데,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한 지역에서 머무르면서 먹고, 자고 돈 쓰는 관광은 불가능해졌다. 서울 사람이 부산도 당일치기하는데 머무르는 관광이 되겠나. 부산과 경주, 포항을 연결하는 코스를 만든다면 머무르겠지. 이제는 관광지 연계 개념을 설정해야 한다. 몇 나라를 계획해서 가는 것처럼 전라북도 전체를 놓고 토털관광을 하자는 취지다."
-전북의 탄소산업 육성을 강조해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세계 탄소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주시와 효성이 탄소섬유를 생산했다. 현재 2, 3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탄소섬유는 안전성, 견고함, 가벼움 등으로 자동차 자전거 등 사용이 증가 추세다. 현재는 800급 이상 초강도 소재 생산이 없는 상태다. 탄소 강국인 일본은 T-1200까지 생산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T-1000급 원천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소 영호남 동서축 연결을 강조해 왔는데.
"동서축은 국가가 먼 미래까지 화합을 염두에 두고 동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남북축으로 서울과 지방 개념만 생각해 왔다. 지금도 전주에서 경북 문경까지 가려면 아주 먼 남의 동네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이제 동서를 터야 한다. 동서로 연결하면 국토가 바둑판 모양으로 돼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디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으면 전라도 경상도 따지지 않고 화합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주=노석철 사회2부장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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