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포청천이 떴다는데..성매매 단속에 '딱' 걸린 한국인

오세균 2015. 5. 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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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베이징에 출장 온 한국인 남성이 유흥주점 여종업원들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지난 4월 14일 밤 베이징 한인촌인 왕징(望京)에 있는 한 호텔 룸싸롱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에서 출장온 A씨 등 2명은 1차로 룸싸롱에서 술을 마신 뒤 여종업원들과 함께 2차를 나갔다가 현장을 급습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들에겐 15일간의 행정 구류 처분과 함께 2,000 위안(약 36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그런데 이들이 체포되는 과정은 중국 공안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성매매 업소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중국 공안은 그날 룸싸롱 밖에서 잠복 근무중이었고 성매매 장소에 대한 주소까지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로 일부 한국 기업체들은 주재원들에게 유흥업소 출입 금지령까지 내리기도 했다.

중국 공안, 베이징 성매매 업소 6곳 공개

베이징 공안은 최근 성매매와 불법 도박 혐의가 있는 베이징 시내 6곳의 유흥업소에 대해 영업 정지와 함께 정비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 공안은 지난달 한국인 성매매 업소로 적발된 '갤러리' 룸싸롱(嘉樂麗 歌廳)을 비롯해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차오양구(朝陽區)에 있는 '자수정' 룸싸롱(紫水晶 歌廳)、'진에싱광' 룸싸롱(今夜星光 歌廳) 등 6곳의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달부터 베이징 시 전역에서 숙박업 안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성매매와 불법 도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베이징 공안은 위법 행위가 발견된 261개 유흥업소를 적발해 법에 따라 52개 업소에 벌금을 부과하고 204개 업소에는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위법 행위자 17명에 대해서는 행정 구류 처분했다. 또한 68개 성매매 조직을 검거했으며 600여 명의 성매매 혐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첩보를 입수한 공안이 베이징 시 차오양구(朝陽區) 베이위안루(北苑路)에 있는 한 발마사지 업소를 덮쳐 성매매 알선책과 성 매수자 등 16명을 검거했다. 또 지난 14일에도 펑타이구(豊台區) 마자푸(馬家堡) 주택가 아파트에 있는 한 업소를 단속해 성매매 혐의자 6명을 체포했다. 현재 중국 공안은 베이징에서 눈에 불을 켜고 전방위 단속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 시 공안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매매와 불법 도박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견지해 계속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공안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흥업소는 영업 정지 이후 단골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장이 운영하는 다른 유흥업소를 은밀히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룸싸롱 마담들이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을 통해 단골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8월엔 다시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 유흥업소 단속 총지휘하는 '왕샤오홍'

하지만 지금 베이징의 분위기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성매매 단속이 쉽게 유야무야 될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성매매 단속은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핵심 추진 사항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위해 '판관 포청천'을 베이징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든든한 뒷배까지 갖췄다는 얘기다. 현 베이징 시 부시장 겸 시 공안 국장인 '왕샤오홍'(王小洪, 58세)이 바로 그 포청천이다. 중국 언론은 그가 부임한지 58일 만에 베이징 시내 성매매 업소와 불법 도박장이 강력한 단속으로 된서리를 맞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왕샤오홍의 이력을 보면 이런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샤오홍은 지난 1979년 푸젠성(福建省) 민허우(闽侯) 현에서 공안국 간부로 공직을 시작한 이래 34년 동안 자신의 고향인 푸젠성(福建省)에서 일했다. 샤먼시(厦門市) 부시장과 시 공안국장으로 일하던 그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인 2013년 8월 고향을 떠나 허난성(河南省) 성장 조리와 성 공안청장으로 발탁됐다. 그 뒤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허난성 부성장과 성 공안청장으로 승진했다. 또다시 3개월 만인 지난 3월엔 베이징 시 부시장과 시 공안국장으로 당당히 베이징에 입성했다. 이런 고속 승진의 배경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인연이 깊어 보인다. 왕샤오홍은 지난 1993년 8월부터 1998년 2월까지 푸저우시(福州市) 공안국 부국장을 역임했고 시진핑 국가 주석은 1990년부터 1996년 까지 푸저우시(福州市) 위원회 서기와 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3년 가까이 푸저우에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정저우 황실 1호 룸싸롱 사건으로 명성 얻어

그런 왕샤오홍(王小洪)이 언론의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정저우시(鄭州市) '황실 1호' 국제 룸싸롱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바람을 타고 추진한 '사오황'(掃黃·매춘 소탕) 조치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그가 허난성(河南省) 공안청장으로 부임한지 석 달 만의 일이다.

2013년 11월 1일 밤 11시쯤, 정저우시(鄭州市) 정동 신시가지에 위치한 초호화 룸싸롱인 '황실 1호(皇家一號)'는 불타는 금요일 밤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황실 1호'는 총면적이 3천 제곱미터에 이르고 룸이 186개나 되는 매머드급 룸싸롱이다. 특히 이 곳 여성 접대부는 키가 168 센티미터 이상의 모델급 외모를 갖춘 여성을 채용했고 실내는 인조옥석으로 단장해 호화롭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당일 이 룸싸롱에 10여 대의 버스를 타고 온 1000 여 명의 경찰이 소리 소문 없이 '황실 1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손 쓸 틈도 없이 경찰력을 투입해 룸싸롱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 접대부 할 것 없이 통째로 연행했다. 모두 성매매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언론 보도에 의하면 '황실 1호'에서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단속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황실 1호'룸싸롱은 그 규모 만큼이나 막후에 허난(河南)에 기반을 둔 실력자들이 많이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할 파출소가 경솔하게(?) 조사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왕샤오홍은 당시 단속 정보가 샐 것을 우려해 '황실 1호'에는 신샹시(新鄕市) 경찰력을 동원했다. 그는 푸젠성에 있을 때도 종종 다른 지역 경찰력을 동원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룸싸롱 운영자와 성매매 범죄 조직원, 성 매수자 등 모두 133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신샹시 중급 인민법원은 어제 (25일) 주범인 천(陳)모 씨와 왕(王)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범죄 혐의자 9명에게는 징역 10년에서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룸싸롱 사건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가 무더기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정저우 시 공안국 부국장 저우팅신(周廷欣) 등 8명의 경찰 간부가 '황실 1호' 룸싸롱 사건과 관련해 기율 감찰기구의 조사를 받았다. 또한 당시 신향시(新鄕市) 공안국장 멍강(孟鋼)도 수뢰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낙마했다.

중국 국적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모옌(莫言)은 신년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부패 개혁 수준은 자신의 상상력을 초월하고 있다며 호화로운 장소, 호텔, 식당에서 세금으로 먹고 마시는 모습이나 관용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반부패의 칼바람이 거세다. 부패로 망한 모진 질곡의 역사를 단칼에 끊어내려는 듯 기세가 대단하다. 우리도 쉽게 척결하지 못한 유흥업소 성매매에까지 반부패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베이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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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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