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내 은행은 언제쯤 내릴까?

정재우 2015. 5. 24.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씨(35)씨는 요즘 집을 알아보고 있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데, 2년마다 전세난민이 되느니 아예 집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작년 전셋집 계약을 연장하면서 빌린 1억4000만 원이 발목을 잡았다. 집을 사려면 2년 만기로 빌렸던 전세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돈을 갚으려면 140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초 중도상환수수료율을 0.5%로 인하한 기업은행과 달리 이 씨가 돈을 빌린 신한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이 1.5%나 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3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는 2%대까지 떨어졌는데 신한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요지부동이라는 점이 억울했다.

◆ '요지부동'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전셋값 급등에 시달려 집을 사려는 30대가 늘어나면서 이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집을 사기 위해 전세대출을 갚으려니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 빌린 돈을 약속한 기간보다 먼저 갚았을 때 내야 하는 돈이다. 빌린 돈을 먼저 갚아주는데 왜 따로 수수료까지 내야 할까. 은행은 돈을 빌려주면서 받기로 약속했던 이자를 다 받지 못하고, 다른 대출자를 찾아야 한다. 또 대출 실행 과정에서 초기에 발생한 비용을 대출기간 전체에 걸쳐 반영해뒀는데, 대출이 조기 상환되면 이 비용을 은행이 다 부담해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받는 것이 중도상환수수료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3차례 인하하는 상황에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등을 갈아타려는 대출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진 대출금리를 고려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도 비용이 줄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은행권이 10년 이상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가계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질타가 나왔을 정도다.

◆ 기업은행 이어 우리은행도 '인하 선언'

올초 기업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인하했다. 기존에 1.5%였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0.5~1.4% 수준으로 세분화해 낮췄다. 특히 변동금리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외(外) 대출상품의 경우 0.5%(주택담보대출 0.9%)로 낮춰 인하폭이 컸다.

여기에 최근 우리은행도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입장과 부담을 고려해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처럼 가계 대출에 대한 인하폭을 더 높이면서 수수료율을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율은 1% 내외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 내 주거래 은행은? 릴레이 인하 결정 나올 듯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은행은 대부분 중도상환수수료율이 1.5%로 동일하다. 아직 인하를 선언하지 않은 이들 주요 은행도 조만간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이미 인하를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 갔고, 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혼자만 인하 대열에서 이탈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해 중도수수료율 체계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7월에는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했지만 이미 인하를 검토 중에 있고, 조만간 인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비슷하게 검토하고 (인하를)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보면 결국 우리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많은 은행들이 중도수수료율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7개 은행 수입만 2,800억 원

중도상환수수료로 은행들은 작년에 얼마나 벌었을까.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정무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만 2825억 원에 달했다. 2010년에 비해 31.9%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전체 수입의 67%인 1896억 원은 가계대출에서 나온 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른데다 금리가 떨어져 대출을 갈아타려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니 은행들이 받는 중도상환수수료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총 714억 원(가계 537억 원)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신한은행이 489억 원(가계 325억 원)을 벌어 두 번째로 많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471억 원(가계 321억 원), 389억 원(212억 원)을 기록했다.

정재우기자 (jjw@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