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어느날 우린 연기 괴물을 보았다[연기돌傳②]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세상엔 연기돌이 너무도 많아~ 배우 뺨치는 비주얼에 콧대 높은 충무로마저도 극찬하는 연기력, 노래 잘하고 춤만 잘 춰도 잘먹고 잘살텐데, 너도나도 연기를 하겠다뇨! 배우들 밥그릇 위협하는 연기돌만 싹 모아봅니다.아이돌전(傳)1탄의 주인공은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박유천입니다. -편집자주-

[뉴스엔 조유나 인턴기자]

박유천이 연기괴물로 등극했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연출 백수찬, 오충환 작가 이희명/이하 냄보소)'에서 박유천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등극했다. 여전히 피부 보송한 이 아이돌은 오열했다가, 분노했다가, 때로는 한없이 푼수같았다가 하며 왠만한 배우보다 뛰어난 연기실력을 가진 배우로 성장했다.

'냄보소'는 어떤 작품보다 박유천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박유천은 '냄보소'로 박유천에게서 볼 수 없었던 코믹하고 귀여운 캐릭터까지 마스터했다. 5월 20일 방송된 '냄보소' 15회에서도 박유천은 여지없이 특유의 귀여움을 발산했다. 극중 오초림(신세경 분)을 위해 여러 프러포즈를 준비했다가 연이어 실패하는 귀여운 최무각(박유천 분)은 시청자에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분수대 앞 음치 세레나데 퍼포먼스는 '본업 가수가 저렇게 음치같을 수도 있다'는 놀라움과 동시에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박유천의 '냄보소' 최무각 연기는 작년 SBS의 '쓰리 데이즈(연출 신경수 극본 김은희)'에서 그가 맡았던 한태경의 강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였다. 해당 작품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물론 대통령 경호관 한태경 역의 우직하고 강인한 캐릭터 또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덕에 시청자들은 배우 박유천을 떠올렸을 때 정의롭고 강인한 이미지를 함께 떠올렸다. 그러나 어디에나 이면은 있는 법. 너무 강렬했던 한태경의 연기 때문에 박유천의 이미지가 강인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듯한 측면도 분명 존재했다. 작년 개봉한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에서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한태경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어려워보였다. 그가 맡았던 동식 역은 한태경 역과는 사뭇 다른 여리고 순수한 캐릭터였지만 문득 문득 한태경이 보이는 듯 했다.

어떤 배우를 떠올렸을 때 하나의 굳어진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것. 그것은 배우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유천은 '냄보소' 초반 오초림과의 만담 신으로 한방에 굳어진 이미지를 유연하게 했다. 마빡이 가발을 뒤집어쓰고 오초림과 만담을 하는 모습은 '대체 어디서 저런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튀어나온 걸까' 싶게 웃음을 선사했다. 박유천표 만담, 박유천표 몸 개그, 사투리 개그는 마치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마냥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했고 TV 앞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유천을 '연기괴물'로 변모시킨 것은 그의 연기 어디에도 과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냄보소'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변신했음에도 그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 박유천은 코믹한 연기라고 과한 조미료를 뿌리지도, 강력계 형사라고 해서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 담백한 연기를 보여줬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박유천만의 연기 뚝심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안타깝게도 5월 21일을 끝으로 더 이상 푼수였다가, 오열했다가, 때론 무감각했다가 하는 천의 얼굴 최무각을 볼 수 없게 됐다. '냄보소'의 종영때문이다. 서운한 한편 박유천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더 기발한 역할로 다른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사진=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화면 캡처)

조유나 younacc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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