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 "클래지콰이 후광 벗고, 가진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수 호란(36·사진)의 신작 <괜찮은 여자>가 데뷔 10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라는 사실은 의외였다. 클래지콰이, 이바디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 온, 가요계에서도 자의식 강한 여성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그가 말이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훨씬 더 의외였다.
"제가 사실은 음악적 자기 확신이 떨어지는 사람이에요. 좋은 팀에 몸담고 있는 후광에 힘입어 아티스트인척 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기도 했고 혼자서 뭔가를 다 해낼 자신도 없었어요. 용기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거죠.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고 내가 가진 것과 한계를 보여주자고 생각했지요."
앨범은 타이틀처럼 호란이 꽤 '괜찮은'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렉트로닉(클래지콰이)과 어쿠스틱(이바디)을 두루 오가며 천착해 온 음악적 결과물은 두 장르를 묘하게 엮어 색다른 질감을 담아냈다. 어쿠스틱 작법으로 만들어진 곡의 뼈대에 일렉트로닉 편곡을 충분히 입혀내는 것은 그가 최근 몇 년간 '꽂혀' 있던 분야다.
6곡의 수록곡 중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방식을 따랐다. 타이틀곡 '괜찮은 여자'는 이 같은 시도만으로도 노래 한 곡을 다이내믹함이 느껴지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냈다. 어느 순간 눈물 한 방울이 톡 떨어질 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연예인'은 마치 소박한 맨손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 이야기를 펼쳐낸 솜씨가 좋다. 능청스럽고 직설적인 말투로 센 척 하다가도 이내 수줍은 듯,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구사하는 모습에선 가수뿐 아니라 DJ, 칼럼니스트, 연기, MC 등을 두루 오가며 활동하는 그의 에너지와 자신감이 읽힌다.
수록된 6개의 곡에 대해 그는 "그동안 써 두었던 곡 중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노랫말로 골랐다"면서 "사랑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의 반응, 요즘 유행이나 트렌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내가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거든요. 막상 앨범이 나오고 나니 이제야 두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클래지콰이나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솔로 앨범을 내느냐'고 할까 봐요."
음악에 발판을 내리고 있는 그는 현재 SBS 라디오 <호란의 파워 FM>을 1년째 진행하고 있다. 산문집을 내기도 했던 그는 맛깔스러운 글솜씨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려한 문체나 현학적 단어 대신 직설적으로 표현한 글인데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가 올린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유통된다.
"어릴 땐 작가가 될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 중창서클에 들어가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언젠가 소설을 내보는 것이 꿈이긴 해요. 글쎄요, 솔로 앨범 내는 데 10년 걸렸으니(웃음)."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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