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현재는 "北정권 나팔수"

김혜경 입력 2015. 5. 20. 11:56 수정 2015. 5. 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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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2년 전 라오스에서 붙잡혀 강제 북송된 9명의 북한 청소년들의 인터뷰 영상을 미국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북송될 당시 12~17세였던 탈북 청소년들은 말끔한 옷을 차려 입고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등장했다. 9명 중 1명은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을 다녀 참석하지 못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최근 북한 취재를 위해 방북했다. 그러나 취재단은 항상 북한 경호원의 감시 하에 다녀야 했으며, 취재 일정에 대해서도 불과 몇 시간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은 2013년 중국을 거쳐 라오스에 갔다가 붙잡혔다. 한국 선교사 부부가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는 9명의 탈북 소년들의 한국행을 도왔지만, 라오스 정부는 이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전 세계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북송된 탈북자들은 대개 '돈과 명예를 좇아 조국을 버린 인간 쓰레기'라는 비난 속에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이 북송됐을 당시, 이들이 종신형을 선고받거나 처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돌연 지난해 북한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이들의 북한 생활을 인터뷰한 25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한 그들은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북한 생활에 만족한다"며 북한 생활을 찬양했다.

이번 CNN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청소년 리광혁(17)군은 "우리는 그때(탈북 당시) 어렸다"고 회상했다. "우리는 그냥 재미로 중국에 갔었다"고 그는 밝혔다.

"솔직히, 우리 가족은 어려운 생활을 했다. 그 당시 북한은 몇 년 간 이어진 기근으로 생활이 힘들었다. 나는 어리고 순진해서 압록강을 건넜지만,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문철(21)씨는 말했다.

그들이 북한을 떠날 당시 생활이 힘들었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8명 중 4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겨울이었고, 가을에 저장해둔 음식물이 있었지만 충분치 않았다. 우리는 대가족이었다"고 박광혁(19)군은 설명했다.

이들이 북한을 떠날 때 함께 탈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 북한을 떠나 중국 단둥(丹東)의 한 집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M.J.라고 지칭되는 한국 선교사 부부에게 보살핌을 받았다.

"선교사 부부는 우리에게 자유에 대해 가르쳐줬다"고 문철씨는 회생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어떠한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성경을 외우고 하나님에 대해 강제로 공부하게 했다"며 그는 당시 생활을 부정적으로 회상했다.

"물론 밥은 맛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아이들은 밥 이상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M.J.선교사는 그들(북한으로 송환된 탈북 청소년)을 그리워하고 북한에서의 삶을 걱정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단둥에서의 1년 반의 생활 후, 선교사 부부는 탈북 청소년들을 제3국으로 보내기로 결정, 중국 남서쪽 국경에 접한 라오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라오스 경찰에 잡혀 구금되었고 북한으로 송환됐다.

"(선교사는)우리가 북한에 가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문철씨는 말했다. "우리가 북한을 떠났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우리 가족도 다 처형당했을 것이라도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조국을 버렸다. 그래서 북송되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처벌 대신, 3년 간의 학비를 지원받고, 현재는 평양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북송된 후 북한 TV에 출연해 "남한이 조국을 버리라고 유혹했다"며 남한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북한 정권의 용서를 받은 상징적 존재"가 됐다.

"나는 마치 왕자가 된 거지같다"라고 리광혁군은 말했다. 그들이 2년 전 북한을 떠날 때의 생활을 어려웠지만 현재의 생활에는 만족한다는 뜻이다.

만일 2년 전 북송되지 않고 남한에 가게 됐다면 어땠을 것 같으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리광혁군은 "만약 남한에 갔으면, 나는 가족을 버린 배신자가 됐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는 인간 쓰레기로 역사에 남을 뻔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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